프로처럼 일하며 돌파구를 찾는 법
#쿠버네티스 #데브옵스 #지식공유 #프리랜서
‘한 분야에서 평생 일할 수 있을까?’
누구나 한 번쯤 비슷한 고민을 하기 마련이죠.
열한 번째 인포커스는 4년 전,
인프런의 ‘첫’ 쿠버네티스 강의로 인연을 맺은
지식공유자 일프로 님을 만났습니다.
올해로 14년째 IT에 몸담고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IT가 재미있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드러나 보이는 커리어는 물론,
스스로 맡아 마무리를 짓는 모든 ‘일’에서도
프로가 되고 싶다는 진솔한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인포커스 #11 📸
1%에 다가서기 위한 숨은 노력들과,
‘삶을 바꾼 기술’ 쿠버네티스를 만나기까지!
Scene #1 안녕하세요, 일프로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인프런에서 쿠버네티스(Kubernetes, k8s) 분야 강의로 활동하고 있는 지식공유자 일프로입니다. 정규직 7년, 프리랜서 7년 해서 어느덧 14년차가 됐네요. 처음에는 백엔드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해 데브옵스 엔지니어로 전향을 했고, 주로 SI 프로젝트를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프로젝트는 쉬면서 새 강의 “쿠버네티스 어나더 클래스”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Scene #2 쿠버네티스, 그리고 인프런과의 첫 만남
처음 쿠버네티스를 쓴 건 2018년 즈음이었어요. 쿠버네티스가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는데요. 신기술 도입을 좋아하는 고객사에서 쿠버네티스로 가상화 서비스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와서, 팀에서 누군가 쿠버네티스를 배워서 리딩할 사람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손을 들었던 게 쿠버네티스와의 첫 만남이었어요.
그렇게 공부를 하면서 정리하는데 주변에서 쿠버네티스를 설명해 달라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기더라구요. 설명을 해드리다 보니 “강사 해도 되겠다” 하는 칭찬도 듣게 됐고, 그래서 난생 처음 강의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기업 단위로 진행하는 오프라인 교육이 대부분이라, 전문적인 경력이 없으면 강의를 하는 게 쉽지 않더라구요.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따로 시간을 내기도 힘들고요. 그런데 쭉 검색하다 보니 개인이 강의를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게 바로 인프런이었던 거죠. 여기서는 누구나 강의를 올리고 지식을 공유할 수 있으니까, 제 상황에 딱 맞았던 곳이었어요. 이렇게 인프런과의 만남도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공부하며 정리한 자료를 다듬어 2019년 인프런에 첫 강의를 올렸어요. 당시엔 지금만큼 널리 쓰이는 기술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대세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대세는 쿠버네티스”라는 제목을 붙였던 거죠.
그 이후로 차세대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정신없이 시간이 지났는데요. 올해는 여유를 가질 겸 일은 쉬고 다시 강의를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어떤 강의를 만들지 고민을 하다가, 문득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쿠버네티스의 진입장벽이 여전히 높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처음 쿠버네티스를 공부할 때보다 정보도 많아졌는데, 막상 현업에서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아직은 쿠버네티스를 생소하게 느끼거나 도중에 포기하는 분들을 더 많이 봤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심화 과정을 만드는 것보다 쿠버네티스를 시작하길 주저하는 분들께 기초부터 단계적으로 쿠버네티스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만들기 시작한 강의가 이번 “쿠버네티스 어나더 클래스”입니다.
막간 인터뷰 🎤
Q. 이번 강의를 빙산으로 표현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쿠버네티스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체감하는 그림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엔 쿠버네티스가 쉬워 보이기 마련인데요. 그전까지 복잡하게 처리했던 일들을 편하게 해 주는 만큼 내 인프라에 바로 적용을 하려고 하죠. 그런데 막상 도입해 보면, 처음 봤던 건 결국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알고 보면 공부해야 할 게 엄청 많거든요.
저는 이 빙산을 모티브로, 쿠버네티스를 쓰기 위해 학습해야 할 내용들을 단계별로 구분하려고 하고 있어요. 지금 보이는 빙산의 끄트머리가 이번 ‘지상편’ 강의의 난이도예요.
어떤 사람들이 쿠버네티스를 알아야 하는지, 언제 시작하는게 좋을지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는데요. 지금은 컨테이너로 애플리케이션을 띄우는 게 점점 흔해지고 있어요. 쿠버네티스는 이런 컨테이너들을 띄우는 가장 좋은 환경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IT를 하는 분들 중에 쿠버네티스를 몰라도 되는 사람을 꼽는 게 더 적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빨리 시작하면 할수록 좋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쿠버네티스를 빨리 시작했을 때 해볼 수 있는 경험이 있기 때문인데요. 예전에는 개발자와 데브옵스(DevOps) 그리고 인프라(Infra) 영역이 명확히 나뉘어 있었는데, 쿠버네티스가 이 영역의 경계를 많이 무너뜨렸다고 생각해요. 쿠버네티스를 하다 보면 여러 영역에 폭넓게 접근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팀에서 개발자가 쿠버네티스를 건드리다 보면 어느새 인프라 환경까지 보게 되기 마련인데요. 이때 인프라 담당자가 쿠버네티스를 잘 모르면 개발자가 하자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요. 그래서 프로젝트에서 주도권을 맛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쿠버네티스를 빨리 선점하시길 권해드립니다.
Scene #3 알면 알수록 더 기대되는 기술
기존 환경과 쿠버네티스를 도입한 환경을 비교한 도표. (출처: 쿠버네티스 어나더 클래스)
쿠버네티스 자체로 자동화 시스템이기 때문에 따라오는 여러 장점들이 있어요. 기존 환경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추가할 때 수동으로 여러 작업자가 한 땀 한 땀 연결하고 협업하는 작업이 필요했다면, 쿠버네티스 환경은 컨테이너 기반의 파드(Pod)를 배포하자마자 모든 연관 시스템에 자동으로 업데이트가 이루어지게끔 되어 있기 때문인데요.
우선, 요즘은 가뜩이나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icroservice Architecture, MSA)라고 해서 앱을 여러 개로 잘게 쪼개잖아요. 그런데 쿠버네티스를 쓰면 아무리 앱이 늘어나더라도 실수할 일이 잘 생기지 않아서 좋죠. 둘째로 인프라를 코드로 구축(Infrastructure as Code, IaC)하는 과정에서 오는 장점입니다. 처음 개발 환경을 만들면서는 좀 고생할 수도 있겠지만, 그 다음 검증 환경이나 운영 환경을 만들 땐 획기적으로 시간이 줄어요. 반복 작업을 할 시간에 저는 좀 더 건설적인 일을 하는 데 시간을 쓸 수 있는 거죠.
이런 IaC나 자동화는 쿠버네티스의 장점으로 많이 언급되고 있긴 한데, 막상 그게 얼마나 편하고 좋은지에 대한 깊이는 겪지 않고는 모르잖아요? 직접 써보고 경험했던 제 입장에서는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어요. 한 번 써보면 절대 이전 환경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요.
앞으로 쿠버네티스는 더 유망해질 거예요.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영화 대사처럼 한 번 맛본 사람은 계속 쓰게 될 거고, 오늘날 스프링(Spring)이나 깃허브(Github)처럼 IT 분야에서의 필수 요소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어요. 쿠버네티스에는 정말 다양한 기능들이 있는 데다 추가 플러그인들도 많은데요. 실습하다 보면 이런 걸 현업에 가서도 최대한 적용해 보고 싶어져요.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막상 적용해 놓고 보면 그다지 활용도가 높지 않은 것도 많이 있어요. 결국 구성만 복잡해져서 여러 번 롤백(Rollback)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쿠버네티스가 가진 기본 기능만 잘 사용해도 효과가 충분히 좋으니까, 처음부터 이것저것 도입하려 하지 마시고 정말 내 프로젝트에 많이 쓰이는 유즈 케이스(Use Case)를 중심으로 하나씩 적용해 나가시길 권해 드립니다.
이번 “쿠버네티스 어나더 클래스”도 그런 맥락으로 시작한 시리즈예요. 지금 만들고 있는 ‘지상편’은 쿠버네티스 초심자를 위한 강의인데요. 쿠버네티스가 워낙 새롭고 또 다양하게 걸쳐 있는 주제를 다루다 보니까 어디까지 알아야 하고, 특히 뭐가 중요하고 어떤 걸 많이 쓰는지 감이 잘 안 올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이번 시리즈에서는 스프린트(Sprint) 단위로 영역을 최대한 나누고, 편마다 많이 쓰이는 내용에 한해서는 깊이 있게 다루려고 했어요. 이번 강의를 다 보시고 나면, 언제 어디서 쿠버네티스를 만나게 되더라도 내 영역에서는 어디 가서 쿠버네티스 못한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새로 실무에 투입된 분께 제 강의를 어디까지 들었는지를 물어봤을 때 대답에 따라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고, 또 어떤 다른 부분을 새로 알아야 하거나 더 공부해 보라는 척도가 되길 바라고 있어요. 저 역시 그런 기준을 명확하게 나눌 수 있도록 강의를 만들고 있습니다.
Scene #4 ‘1%’가 되기 위한 가장 큰 동력
지난 커리어 동안 크게는 3번 정도의 시도가 있었어요. 중견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정규직에서 프리랜서로, 개발자에서 데브옵스 엔지니어로 제 환경과 포지션을 바꾸어 왔죠. 그리고 지금은 현업 담당자에서 지식공유자로 전향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시기입니다. 저는 이렇게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게 14년간 스스로를 꾸준히 노력하게 만들어 준 동력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면 정말 잘하고 싶고, 열심히 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IT에 있는 동안 단 한 번도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특히 이럴 때 가장 뿌듯해요. SI 프로젝트의 시작은 항상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환경이거든요. 정규직 팀원들이 프로젝트의 중심을 맡고, 인원이 부족할 때 저 같은 프리랜서가 투입이 돼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프리랜서는 존재감도 약하고 중요한 일이 잘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도 처음엔 조용히 있었는데, 제가 좀 선을 긋지 않고 일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어떤 문제를 쿠버네티스로 해결할 수 있다면 PPT를 만들고 제안을 해서 바꾸기도 하고, 쿠버네티스에 관심있어 하는 사람들에게 따로 교육을 하거나 해서 내가 이 프로젝트에서 뭘 더 할 수 있는지를 계속 고민하며 일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도 믿음을 얻고, 무엇보다 프로젝트 리더가 저에게 점점 중요한 일을 주시더라고요. 이렇게 1년이 지나니까 제 목소리에 경청을 해주시는 분들이 생기고요. 프리랜서도 연봉 협상을 하는데, 프로젝트가 2~3년 지속되다 보니 이런 것들이 다 연봉을 인상시킬 수 있었던 포인트가 됐던 거죠.
그래서 정말 처음 들어갈 때와 나왔을 때, 제 존재감과 월급이 확연히 달라져 있는 게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보람으로 남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팁이 있다면, 저는 3가지를 꾸준히 신경 썼어요. 하나는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계속해서 큰 그림으로 정리하는 것. 둘째는 맡은 프로젝트에서 추가로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찾아서 하는 것. 마지막으로 리더와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저는 프리랜서 입장에서 월급을 높일 수 있었던 이유가 이 세 노력에 있었다고 생각해요.
‘일프로’라는 닉네임의 의미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IT에서 일한 지 12년이 됐을 때 소위 대한민국 상위 1% 월급쟁이가 받는 수익에 도달할 수 있었어요. 제 강의 제목 앞에 “상위 1% 월급쟁이를 위한”이라는 코멘트가 있잖아요. 업계에서 저보다 더 많이 버시는 분들이 많기도 하고, 저도 평소에는 월급 얘기를 잘 안 하는데 이제는 강의 홍보를 위해 부끄럽지만 표현하고 있어요. 그래서 월급 1%라는 상징적인 뜻이 하나 있고, 다른 의미로는 일을 프로답게 하자는 거예요.
저도 이 일프로라는 닉네임을 보면서 스스로 마음을 다잡을 때도 많거든요. 강의를 만들다 보면 좀 귀찮고 쉽게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때 저는 일프로라는 이름이 곳곳에 있으니까, 이 단어를 보면서 지금은 조금 힘들더라도 일프로답게 마무리하자는 마음이 생겨요.
Scene #5 여유와 보람 모두 얻는 지식공유
인프런 활동 이후 일프로 님께 온 여러 제안.
강의를 만들고 지식공유를 하는 일은, 저는 당연히 추천해요. 수강평이라거나 도움을 드렸을 때 돌아오는 피드백을 받으며 느끼는 만족은 말할 것도 없고요. 메일로도 정말 여러 제안이 와요. 오프라인 강의, 서적 집필부터 다른 온라인 서비스까지도 연락이 오고요.
다만 프로젝트로 맡는 본업이 있으니까 아무래도 시간이 없어서 거절을 하게 되는데요. 그런데 지금까지 직장인으로서 회사에 이력서를 내고 스스로 어필하는 방식으로만 활동하다가, 누군가의 제안과 요청을 받는 경험 자체가 정말 큰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지금도 여전히 그런 제안을 받으면 기분이 신기하고 새로워요. ‘이런 데서도 나한테 연락이 와?’ 하고요. 계속 이런 경험을 하고 싶어서라도 더 강의를 잘하고 싶어지는 거죠.
물론 지금도 뭔가 더 벌리는 것보다는 인프런에 집중하고 있어요. 인프런만 잘해도 충분한 보람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특히 프리랜서는 일하다 보면 프로젝트와 프로젝트 사이에 한두 달 공실이 생길 수가 있어요. 그럴 때 저는 강의를 만드는 데 집중을 했거든요. 프로젝트에서 했던 걸 정리하는 느낌도 들고, 아무래도 누군가를 가르치다 보면 더 많이 공부하게 되잖아요? 그렇게 공부한 뒤에 다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면 자신감도 더 생기죠.
정규직에서 프리랜서를 고민할 때, 이 공실이 큰 진입장벽 중 하나인데요. 지식공유를 통해 수익도 생기니까, “나는 열심히 할 수 있는데 일이 안 생기면 어떡하지?”하는 마음의 벽 하나를 해결하는 셈이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프리랜서 하시는 분들이라면 무조건 하셔야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더욱이 프로젝트만 할 때보다 월급도 훨씬 많아졌는데, 제가 잘 쓰는 편이 아니라 생활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그만큼 부를 빨리 축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장점을 이렇게 활용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누구나 언제까지고 회사에 다닐 수 없다는 걸 알잖아요? 그래서 다른 일을 찾긴 해야 하는데, 그 다른 일에서 안정적인 수입을 벌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죠. 더욱이 실패할 수도 있으니까 보통 전향할 엄두를 못 내고요. 하지만 저는 안정적인 수입 없이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곡식을 지식공유 활동으로 쌓아두고 나서, 하고 싶은 일로 과감하게 전향할 수 있었습니다.
요샌 “겨울이 온다”는 얘길 많이 하잖아요. 시장도 얼어붙었고 언제까지 프리랜서로 할 수 없을 테니 정규직으로 오라는 제안도 종종 받는데, “아니야 괜찮아, 쉬고 싶을 땐 쉬어도 돼” 하고 말할 수 있어요. 인프런을 꾸준히 하다보니 부가적으로 생기는 여유인 거죠.
막간 인터뷰 🎤
Q. 강의 홍보 활동도 활발히 하고 계세요. 특히 인프런 블로그도 쓰고 계신데, 어떻게 쓰고 계신가요?
당연히 누구나 내가 쓴 글을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잖아요? 그런데 제가 자료실 겸 서로 좀 더 편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게 할 목적으로 만든 “큐브옵스 커뮤니티” 네이버 카페 글은 구글에 노출이 되지 않아요. 그게 아쉬워서 블로그를 하려니 품도 들고 좀 부담스러웠고요.
그렇게 구글 노출도 잘 되면서 가볍게 시작할 블로그가 뭐가 있는지 찾다가 인프런 블로그에 편하게 글을 올리게 됐는데, 인프런 블로그가 구글 노출이 잘 되어서 좋더라고요. 구글에 쿠버네티스 연관 키워드를 검색하면 유튜브나 링크드인, 다른 블로그 중에서도 제가 인프런 블로그에 쓴 글이 높은 순위로 노출돼요.
강의 만들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면, 2019년 “대세는 쿠버네티스”가 인생 처음으로 만들어 본 강의거든요. 특히 힘들었던 게, 제가 평소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성격이라 발음이나 성량이 좋은 편이 아니에요. 그래서 초반에는 이런 부분을 지적하는 분들도 더러 있었고요. 그런데 제가 강의가 처음이다 보니 그런 걸 바로 고치기 어려울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뭘 더 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봤더니, 강의 질과 분량을 더 높일 순 있겠더라고요. 그렇게 죄송한 마음에 하나둘 늘려가다 보니 처음 4시간 분량으로 공개했던 강의가 어느덧 11시간이 됐어요.
하지만 그 과정을 보지 못하고 막 강의를 듣기 시작한 분 입장에선 부족한 점이 여전히 눈에 띌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최근 남겨주신 수강평 중에 그런 제 고민을 알아주시는 듯한 내용이 있었어요. 작성해주신 분 닉네임이 ‘눈물이많아요’셨는데, 오히려 제가 눈물을 머금고 그 분 글을 읽었던 적이 있었네요. 감사했어요. 수강생 분께서 먼저 제가 노력한 점을 이야기해주신 거니까요. 저 역시 그런 수강평을 볼 때마다 강의를 더 잘 만들고 싶어집니다.
일프로 님이 수강생 분들과 주고받은 질문/답변과 수강평.
평균 5점 만점에 4.9점, 지금까지 500명이 넘는 분들이 수강평을 남겨주셨어요.
물론 이런 일들을 돌아볼 수록 강의를 만드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느껴요. 주변에도 ‘강의를 만들어 볼까?’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막상 강의를 만들려고 준비하려면 생각보다 신경 쓸 게 많거든요. 특히 첫 강의를 만들면서 녹음이랑 편집을 하다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도 이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강의를 막 만들려고 하는 단계에서 저랑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보라는 팁을 드리고 싶어요. 저는 어떻게 했냐면, 보통 업무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을 했어요. 그렇게 일찍 출근한 시간에 공부를 하는데, 중요한 건 내가 이해하는 속도로 공부하고 넘어가면 안 되고 PPT에 정리하는 속도로 공부를 하는 거예요. 아무리 빨리 이해했더라도 PPT에 정리가 안 됐다면 넘어가면 안된다는 거죠.
이렇게 하다 보면 한 달만 지나도 최소 15장 이상의 분량이 나와요. 그렇게 6개월이 지나면 90장이 됩니다. 의외로 이 시간은 금방 지나가고요. 이렇게 나만의 자료를 모은 다음에 강의를 만들어볼 생각을 하는 거죠. 그럼 이 6개월 동안 공부했던 시간에 비하면 녹음하고 편집하는 고생은 할 만해져요. 결국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부터 만들어 놓고, 그동안 들인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끝까지 완성하게 되는 원리인 거죠. 저도 이렇게 첫 강의를 만들었습니다. (ㅎㅎ)
막간 인터뷰 🎤
Q. 특히 이번 “쿠버네티스 어나더 클래스”는 강의 자료(PPT) 분량이 엄청나더라고요. 어떻게 이렇게 정리하실 생각을 하셨나요?
Scene #6 주저하지 않으면 더 나아갈 수 있어요
저는 IT가 3D 업종이라고 불리던 시기에 일을 시작했던 세대입니다. 그로부터 14년 동안 IT 업계에 있으면서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첫 직장이던 중견기업에서 SI 프로젝트를 할 땐 근처 오피스텔에서 다같이 합숙하면서 거의 매일 15시간씩 일하고, 주말 하루 정도만 집에 다녀오는 수준이었어요. 시간외 수당도 없어서 시급으로 따지면 월급이 당시 최저 시급보다도 낮았고요. 그러다 보니 그때는 일하는 모든 순간이 힘들었어요. 그나마 젊었고, 또 팀워크가 좋아서 버틸 수 있었던 건데요. 저는 이때 힘듦의 임계치가 많이 높아졌던 것 같아요.
두 번째 회사로 정한 중소기업에 들어가보니, 여기는 한 사람당 3~4개씩 프로젝트를 하는 분위기더라고요. 근데 이전에 더 힘든 걸 겪고 나니까 그 다음부터는 무슨 일을 해도 할 만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경험을 한 번 해보세요”라고 할 수는 없어요. 꼰대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고, 저도 다시 해보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다만 저는 이 때 이후 IT를 하면서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10년 가까이 일하면서 실력이 무르익었을 때쯤 IT 호황기가 찾아왔고, 전 그동안 쌓아왔던 경험 덕에 그 호황을 다 누릴 수 있었던 거죠.
요즘 업계가 다시 힘들어지는 분위기잖아요. 유튜브에서 “IT 하지 마세요” 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고요. 하지만 무슨 일이건 한 분야에서 ‘존버’하다 보면, 언젠가 호황기가 찾아올 때 그 혜택을 다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IT 분야는 벌이의 상한선도 높고, 또 언제라도 다시 호황이 찾아올 수 있는 업계고요. 어려운 시기지만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면 꼭 도전하시고, 또 이럴 때일수록 오랫동안 잘 버티시기를 권해드려요.
한 가지 더 조언을 드리면, 저는 그레이 존(Gray zone: 회색 지대)을 많이 쳐내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그레이 존이 엄청 많거든요. 업무 전체를 예상하기도 힘든데다, 진행 과정에서 없던 일이 생겨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누구나 똑같은 한 사람 몫을 하는 게 아니다 보니 그레이 존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요. 그런 그레이 존을 누가 맡을지에 대한 이야기가 회의에서 나올 때가 있잖아요. 그럼 누구나 그런 기운을 감지하고 침묵을 합니다. 괜히 발 담그면 어떨지 아니까요.
그런데 이때 “제가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는 그런 분들이 지금 잘하건 못하건,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길게 봤을 때 좋은 개발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런 분들은 IT를 떠나서 뭘 해도 잘 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좋은 개발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먼저 손을 드는 노력을 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예전에 저는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왜 써야 하는지, 꼭 써야 하는지 따져보면서 최대한 안 쓰려고 했어요. 그러다 남들이 하나둘 쓰기 시작하면 그 기술이 유행처럼 지나가길 기도하면서 더 안 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러다 늦게 시작하면, 프로젝트에서 내가 맞는 의견을 내더라도 ‘먼저 공부한 사람이 더 잘 알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 분야에서 좀 의기소침해지더라고요. 반면에 쿠버네티스는 우연치 않게 빨리 시작한 편인데, 지금 보면 정말 별 거 아닌 것도 주변에서는 대단하게 봤어요. 그러면서 저 역시도 쿠버네티스가 더 재미있어졌고요.
그래서 아직 쿠버네티스를 시작하지 않은 분들께 저는 쿠버네티스는 단순한 트렌드 기술이 아니고, 여전히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꼭 지금 빨리 시작하시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그러면 저처럼 커리어와 월급이 바뀔 수도 있고, 또 제가 느낀 재미와 기술적인 만족까지 느껴보실 수 있을 겁니다.
막간 인터뷰 🎤
Q. 앞으로 일프로 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마라톤이에요. 1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춘천 마라톤 대회에서 풀 코스를 10번 완주하면 명예의 전당에 올라가거든요. 올해 3번째 도전을 했었고, 앞으로 일곱 번만 더 하면 돼요. 그게 첫 번째 목표고요.
다른 하나는 제가 4년 정도 잡고 만들려고 하는 이 “쿠버네티스 어나더 클래스” 시리즈를 완성하는 거예요. 한 3년 6개월 정도 남았는데, 작은 바람이라면 강의를 전부 다 완성할 때쯤엔 현업에서 제가 일프로를 달성했던 것처럼 지식공유자로서도 일프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ㅎㅎ)
일프로 님의 강의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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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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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너무 잘보았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강의 기대하겠습니다.!!
많이 배웁니다
이렇게 해야 일프로가 되는구나.. 저도 한번 노력해보겠습니다!!
일프로님 인터뷰도 너무 좋습니다. 강의들을때 느껴지는 진정성이 역시 찐이엿네요. 앞으로도 좋은강의 부탁드려요!
저도 일프로님 쿠버네티스 강의 잘 들었어요! 영상 보면서 강의 제작에 진심이구나 싶었는데, 이렇게 보니까 멋지시네요!
매 강의마다 일프로님이 얼마나 정성을 쏟는지 너무 잘 느껴집니다.
계속해서 좋은 강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인프런 에디터의 못다한 이야기...]
때는 2019년 가을 인프런이 열 명 남짓한 작은 팀이던 시절, 사무실이 크게 웅성이던 날이 있었습니다.
“쿠버네티스가 대체 뭐길래,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찾는 거지?”
바로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어 “대세는 쿠버네티스” 강의에 쏟아진 폭발적인 반응(!) 때문이었는데요.
바람과 예견이 모두 담긴, ‘앞으로 대세가 될 거라는’ 일프로 님의 말씀처럼 몇 년 지나지 않아 쿠버네티스는 어엿한 대세 기술로 자리를 잡게 되었죠.
그 사이 인프런도, 일프로 님도 많은 변화를 겪었는데요.
그래서 더 궁금했습니다. 빠르게 발전하는 IT 업계에서 뚜벅뚜벅 걸어가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지, 일프로 님의 생각을 꼭 듣고 싶었어요.
그렇게 2시간 가까이 이어진 인터뷰가 끝이 날 때쯤 수줍은 듯 조심스럽게, 그렇지만 또렷이 말씀을 전해주시던 일프로님의 모습을 보며 왠지 인터뷰를 시작할 때보다도 더 설레는 마음으로 자리를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기 망설이거나, 내가 뭘 더 잘 하면 좋을지 막막했던 분들이라면 일프로 님의 이야기에서 작은 실마리를 발견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이렇게 저와 제 강의를 조명해 준 인프런에겐 늘 고마운 마음 입니다. 관심 가져주시는 수강생 분들께도 감사 드리며 더 질 높은 강의와 낮은 수강료로 보답 드리겠습니다.
항상 좋은 강의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시는 일프로님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