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컴퓨터 공학 이야기 (13) — 마이컴 — 대가를 만나다.

70살 때 뭘 하고 있을까..?

전공 과목의 강렬한 기억은 2학년 때 새로 오신 하순회 교수님 과 시작한다. 회로 이론 논리 설계 두 전공 필수 과목을 동시에 가르치셔서 수업을 잘 듣는다면 1주일에 최소 6번을 듣게 되었다. 새로운 교재여서 족보 따위는 없고, 극강의 난이도였던 시험들과 딱 나누어 떨어지지 않는(?) 소수점 가득한 정답들이 기억난다.

학부 3학년 때 ‘마이컴’이라는 과목을 배우며 다시 1년을 만나게 되었는데, 이 과목도 해마다 다른 과목이라 들었고, mycom 인지, micom 인지… 심지어 이 과목의 원래 제목이 뭐였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이 때 교재의 저자들이 이미 당시부터 신급 대가인 John L. Hennessy David Patterson . 두 분이 이상하게 따로 떼어 외워 지진 않고, 컴퓨터 구조 관련해서는 살아 있는 교과서에 2017년 Turing award 수상.. 이후 구글에서 살짝 스쳐 가며 먼발치에서 보며 좋아했던 기억들까지…

Computer Organization and Design: the Hardware/Software Interface

구글 검색 결과

최근까지 기억의 왜곡이 있었어서 정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는데, 아마도 마이컴 때 책은 이것이었을 듯.. ‘주판책’이라 불렀던 기억도 있었고, 당시 책 제목에 ARM, MIPS 등은 없었던 기억인데… ARM , MIPS , RISC 가 다 있는 거 보니 이후 여러 가지 실제 시스템이 들어온 듯… 한글 번역본에 교수님 이름이 있는 거 보니, 이 책이 맞는듯.

시험을 open book 으로 본 기억이 있고, 두께와 내용에 비해 상당히 잘 읽혀서, 내가 영어를 이리 잘 한다고..? 라며 착각을 꽤 오랫동안 했었다. 기계어로 번역된 하드웨어가 돌아가는 것들을 매우 가까이에서 경험하게 되어 신선하면서도 좋은 기억들이 있다.

Computer Architecture : A Quantitative Approach

구글 검색 결과

대학원을 컴퓨터 구조 연구실로 가고, 대학원 수강 과목 때 접하게 된 교과서. 역시 위 대가들의 책. 수업 시간 뿐 아니라 생활 전체를 감당하게 만든 책이었다. 교과서란 모름지기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 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 훌륭한 책이지만, 100% 숙지하지 못해 대학원 생활을 어렵게 만든 애증의 책이기도 하다.

대학원 때 교수님은 논문을 외우라고 하셨고, 시험을 매일 보았다. 마땅한 논문이 없는 경우 이 책의 중요 챕터들을 말 그대로 외우게 하셨고, 매일 한 문단의 과제를 오랫동안 주셨다. 성공하는 날보다 실패하는 날이 많아서 고생을 많이 했지만, 돌이켜 보면 영어 교재로서 더할나위없는 현명한 가르침이었던 것을 역시 뒤늦게 깨달았다. 영어로 된 논문을 쓰게 되면 더 혹독한 지도를 받았었겠지만, 훌륭한 교과서를 외우며 단어들의 쓰임을 곱씹으며 문단의 구성, 지시 대명사의 활용, 같은 뜻의 다른 단어들 사용 등에 대해 계속 수련하게 해 주셨다.

구글에서 만난 대가들

졸업 후 20년 지난 한참 후, 대가들이 튜링 상을 받았다는 소식들을 들으며 먼발치에서 볼 일들이 생겼고, 나름 알던 분들(?)이라 이런 저런 특강들을 접하면서 다시 한 번 충격에 접하게 되었다. 아래는 그 중 백미인 2018 년 Google I/O 중 일부. 이전까지 서비스 만들고 운영하는 데 에너지들을 들이느라 AI / ML 을 깊게 못 들여다 보고 있다는 생각이었더랬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이 분의 행보들을 접하게 되면서 ‘늦었다’ 생각지 않고, Deep Learning 논문들을 따라가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나도 저 나이에 저렇게 늙어 가면 좋겠다.. 정도..?

https://www.youtube.com/watch?v=Azt8Nc-mt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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