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컴퓨터 공학 이야기 (3) — Trade-off
입학 전의 공학?
중학교 때는 남학생들은 “기술”이라는 과목이 있었고, 고등학교 때 선택과목으로 “공업”이라는 게 있었다. 다니던 고등학교는 공업 대신 “상업”을 가르쳤던 학교였기에 대학 입학 전의 공업에 대한 이미지는 스크류드라이버+못질과 납땜을 해서 만들어 보았던 AM라디오키트 정도이겠다. 레고는 기억이 없고, 지금보다 훨씬 덜 화려했던 과학상자를 만졌던 기억도 있겠고, 용돈이 생기면 아카데미 프라모델을 만들며 놀았던 어린 기억들이 있다.
고등학교까지의 엔지니어링
검갈빨주노초파보회백 저항값을 읽는 정도가 선행학습이었고, 하드웨어의 아주 기초를 접했다면 접한 거라 할 수도 있겠다. 컴퓨터 과를 들어왔지만, 공학이라는 게 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 것도 아니었고, 단지 자연대보다 남녀 성비가 좀 더 치우쳐져 있는 곳이라는 정도, 그 와중에 컴퓨터공학은 10% 의 여학우들이 있어 신기해 했으며, 남중남고를 나온 나에게는 누나들이 생겼다는 것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Trade-off
어린 병아리 시절, 1학년에 전공 과목은 ‘컴퓨터 공학 개론’ 이라고 하면서 C 언어를 배우는 과목이라고 했다. 학교에 오면 컴퓨터를 만질 수 있었고, 터보C 같은 걸로 숙제를 해서 디스켓으로 제출하면 된다고 하셨다.
지도교수님이신 학과 2회 졸업생이셨던 민상렬 교수님을 잊을 수 없고, 기억 속에 여러 부분의 지분이 있으신데, 첫번째 에피소드가 이 trade-off 라는 단어이다. 중간에 하이픈이 있는 게 맞는 건지 없는 게 맞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엔지니어로 평생 필요하게 될 근본적인 개념의 단어를 몇 개 알려 주마… 라고 하시면서 알려 주신 첫번째 단어였다. 모범생은 아니었고, 수업 시간에 다른 내용들이 많아서 단어들을 많이 알려 주시진 않았지만, 이 첫 단어의 임팩트가 강하게 남아 있다.
인터넷 사전이 없이 영한사전을 뒤져가며 익히던 시절의 나에게는 신조어였고,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 공학이 과학과 다른 점에서 중요한 개념이라는 것, 수학과 비교가 앞으로 왜 계속 필요한 지 등을 알게 되었고, 아이러니하게 회사 생활 하면서 결정을 내리는 일들이 많아지게 되면서 계속 되뇌어지는 단어이다.
이후 알고리즘 시간에 시간 공간 복잡도를 다루면서 열심히 쓰이고, 이후 논문이라는 것들을 읽게 되면서 세상을 이해하는 데 많은 쓰임이 있었고, 지금도 많은 깨우침이 여기서 나온다 하겠다. 지금의 나에게 누군가가 엔지니어링이란 무엇인가 라고 묻거나 혹은 단어 하나만 고르라면 이 단어를 주저없이 이야기할 것이다.
작년에 비전공자들이 전공자들을 이해하고자 할 때 필요한 내용들을 가지고 온라인 강의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게 있어(https://fastcampus.co.kr/dev_online_newcomputer) 작은 역할을 맡았는데, 그 때 처음으로 맴돌았던 키워드가 이것이었고, 이것을 시작으로 코스를 구성할 수 있었다.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