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 용어 이야기 (6) - 리뷰
한글로도 영어로도 아주 많이 쓰이고, 다른 단어들과 붙어서도 많이 쓰인다. 언뜻 생각나는 것만으로도 코드 리뷰, 프로젝트 리뷰, UI 리뷰, 리걸 리뷰, 피어 리뷰 등등이 생각나고, 가볍게 '시간 나면 봐 달라' 부터 '승인해 달라' 까지의 스펙트럼이 넓어서 영어로도 어려웠고, 한국에 와서는 Agile의 파도 아래에서 쓰임이 참으로 어려웠던 단어이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조금 더 한국말로 검토 혹은 승인, 결재 등도 있겠지만, 역시 딱딱해 지는 것은 어쩔 수 없겠다. 결과적으로는 what's next를 잘 정의해 놓아야 불필요한 오해들이 줄어들겠고, 아래는 몇가지 사례들과 개인적인 견해들.
code review
구글에서 code review 를 처음 배웠는데, (거의) 모든 코드가 아무에게나 보이고, 어지간하면 build & run 이 가능하고, change 를 보낼 수 있으며, repository owner 가 혹은 해당 reviewer 가 24시간 내에 응답이 오는 꽤 신기한 경험들이었다.
언어 별 approver도 따로 있어서 readability 를 챙겨야 했고, owner 가 안된다고 하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어떻게든 되는 방법을 찾는 등 "LGTM"을 받기 위한 모든 노력이 여기 들어간다고 하겠다. 마침표, 약어 등의 영어로 흠이 잡혀 고생하던 경험, 그리고 그걸 이용해서 owner의 기분을 풀어주는 고급 기술, 대상 팀의 TODO 를 풀어주는 조건으로 code 를 짜 넣는 방법, 높은 사람들의 stamp 를 받아서 강제적으로 되게 하는 등의 여러 기억들이 지나간다.
이 맥락에서는 '리뷰'라는 말을 떼어 놓고 생각해 본 적은 없고, 한글로도 딱히 번역될 만한 말이 없는 거 같기도 하다. 당시 구글의 코드는 지금의 용어들로는 극단적인 mono-repo, 잘게 잘려진 changes, approve based 강한 정책, 리뷰어로 되어 있었을 때의 강한 의무 등 바깥에 와 보니 굳이 저렇게까지 싶을 정도의 정책들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혹독한 process가 주었던 장점들을 좋아한다.
document review
팀을 옮겨 다니는 짬이 되면서 가장 신경이 많이 쓰이는 부분이 자연스럽게 문서들의 review에 대한 것들이겠다. 제품의 거대한 그림을 보여 주는 PRD , master design doc 같은 formal 한 문서들부터 작은 기능 별로 만들어진 약식 문서들, 실험 리포트들, one pager라고 불리는 짧은 design proposal 들까지... '운영'으로 갈 수록 필요가 많은 일들이긴 하겠다. 실제로 서른 넘어 배운 영어도 여기서 많이 늘었음은 틀림 없으리라.
앞의 code change 의 경우, 남의 repository에 요청할 때 제일 먼저 듣는 이야기가 'design doc이 있느냐?' 였고, 대개 이 질문은 너의 아이디어를 sponsor / support 해 주는 높은 누군가가 있느냐 라는 질문이라 하겠다. Google Doc 에서 review , approve 기능이 은근히 유용했던 기억이고, 몇몇 팀에서는 아예 comment를 resolve 하는 것과 explicit 한 approve를 받아 오는 것을 review 과정의 일부로 놓기도 했고, 그 때문에 comment 를 남기는 행위와 허락 없이 resolve 하는 행위가 조금 적대적인 행위로 받아들여지는 부작용들도 있었다.
approve stamp 를 찍어 주었으면 하는 높은 사람은 대개 다른 거 하느라 바쁘고, 문서 리뷰를 요청한 사람은 또 반대로 급하기에 begging 의 기술이 필요하기도 했고, 이 날을 위해서 평소에 잘 지내 놓거나 visibility를 높여 놓거나 하는 게 필요했다. 대면 출장의 용도도 여기서 가장 컸던 거 같다. 지나고 보니 그래도 제일 좋은 방법은 review 의 결과가 미치는 영향에 따라서 요청할 때 1) 그냥 한 번 봐 달라 혹은 2) 네 생각에는 A/B/C 중 어떤 게 나은 거 같니 3) 네가 approve 찍어 주면 고맙겠다. 며칠이면 되겠니? 등의 기대치를 아예 dry 하게 요청하는 것이었던 거같다. 역지사지...
launch review
구글에 다니면서 가장 짜릿하고 좋았던 경험들은 이 launch review 들에 있다. launchcal 이라 불렸고, 훗날 ariane 라 불리는 과제의 gatekeeping , explicit approval 에 해당하는 process 이고, 혹자는 agile , fast iteration 의 정반대에 있다고 해서 불편해 하는 시각이 있었던 과정이다. 다른 과제들을 읽음으로서 얻게 되는 장점도 훌륭하게 많았고, 매주 area leadership 들이 이를 운용하는 모습은 교과서에 닿아 있고, Google 의 respect others 에 가장 가까운 점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모든 리뷰의 목표가 'appove' 에 있고, 어떻게 하면 approve 를 받을 수 있는가 에 대한 방법, timeline 등이 잘 정의되어 있었다. speed를 고려해서는 approve 를 optional 혹은 TBR 등으로 해 놓는 정도도 나쁘지 않았고, legal 을 제외한 나머지는 자기가 맡은 부분만 신경쓰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예를 들면 검색팀의 경우 engineering 과 quality 가 담당자가 달랐어서 engineering 은 성능과 기계의 비용 등에 대한 점만 보고, quality는 사용자 실험 지표 등만 보고, 둘 다 UI 에 대해서는 맘에 안 들어도 내버려 둔다든지...
개인적으로 agile / squad process 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 중 가장 큰 부분이 review 과정 자체를 생략하며 speed를 얻으려 하는 습관들 때문이다. 사람이 많고 여러 직군이 같이 하게 될 때 효용이 더 크겠지만, 테크 쪽은 어떻게든 그래도 코드가 들어가기 전에 비슷한 과정을 겪게 될테니까 부작용이 덜한데, 적어도 같은 직군의 다른 팀원들에게 도움 받는다는 생각으로 리뷰를 요청하는 건 규모와 상관없이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여러 이유로 일단 내가 이걸 봐 달라고 하면 딴지부터 걸겠지..? 라는 선입견도 영향이 있을 수 있겠고, 서로 다른 squad 사이의 알력 같은 것도 쉽게 예상되긴 한다. 한국의 작은 회사들에 도입하려 했을 때 직접적인 피드백들은 불필요한 과정 추가로 인한 delay 우려 였고, 아이러니하지만, 나는 정 반대의 생각이고, 구글에서 event driven launch 들이 있었을 때 launch process가 가장 도움이 되었었던 사례들이 있다.
아래는 추억 돋는 quality review.
Search Quality Meeting: Spelling for Long Queries (Annotated)
Quality 에 진심인 사람들의 치열한 리뷰 현장. Table 에는 stakeholder들, 병풍처럼 대기하는 과제 진행자들... 차례대로 기다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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