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IT 용어, 한국어로는 어떻게 옮길까?
폰트는 ‘글꼴’ 다운로드는 ‘내려받기’...
우리 입에 자연스럽게 굳어진, 친숙하게 번역된 표현이 있죠.
그렇다면 ‘클라우드’는 어떨까요? ‘버그’나 ‘링크’는?
왠지 한국어로 옮기기 어렵게 느껴지지 않나요?
컴퓨터 및 IT 기술의 기원이 해외에서 처음 온 만큼 많은 관련 용어가 외국어, 특히 영어로 되어 있는데요.
그래서 이런 용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게 좋은지, 오히려 그대로 사용하는 게 좋은지에 대한 의견도 참 분분하죠?
마침 10월 9일 한글날도 성큼 가까워져 온 지금,
컴퓨터/IT 용어 번역과 현지화를 둘러싼 이야기를 몇 가지 정리해보았어요. 가볍게 읽어주세요! 🗣️
“원래부터 있던 말 아닌가?” 자연스럽게 굳어진 이름
한국어 번역이 자연스럽게 굳어진 컴퓨터/IT 용어 중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용어라면 특히 소프트웨어 관련 조어가 많죠. 몇 개만 살펴볼까요?
Desktop → 바탕 화면
GUI 운영체제를 탑재한 최초의 컴퓨터 제록스 알토(Alto)에서 처음 쓰인 데스크톱 메타포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95 한국어 버전에서 번역한 이름입니다. (Windows 3.1까지는 ‘책상정리’로 번역)
Favorites → 즐겨찾기
마이크로소프트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 한국어판에서 처음 사용한 이름. 유사 기능인 Bookmarks는 그대로 ‘북마크’ 또는 ‘책갈피’로 번역합니다.
그밖에
도움말(Help), 바로가기(Shortcut), 탐색기(Explorer), 실행 취소(Undo) 등…
바탕 화면, 제어판, 휴지통, 시작 등 현지화를 위해 붙인 한국어 번역 표현이 돋보이는 Windows 95.
이런 용어 중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나 어도비(Adobe) 사의 제품처럼 외산 소프트웨어를 수입해 공식 한국어판으로 출시하며 새로 번역했거나, 한글과컴퓨터, 이스트소프트 등 한국 기업발 소프트웨어에서 붙인 이름이 굳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소프트웨어 점유율이 높거나 초기에 보급되는 등 여러 이유로 친숙해진 고유명사가 보통명사처럼 쓰이는 일도 흔하죠.
이밖에 일본, 중국 등 한자문화권 국가에서 쓰던 한자 표현을 그대로 한국어로 옮겨온 용어도 있죠. 학교나 동호회, 각종 커뮤니티, 인터넷 등을 타고 퍼진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좋은 번역, 나쁜 번역?
PC 보급 초기부터 이어진 전산용어 순화 움직임
이른바 ‘PC통신 낭만기’로 불리는 1990년대에는 PC통신상에 전산용어 순화 게시판(BBS)이 생기고 용어를 한국어로 순화하는 운동도 벌어졌습니다. 당시 만들어진 ‘열쇠말’(Password), ‘풀그림’(Program), ‘사이띄개’(Space Bar) 등 대부분의 용어가 지금은 쓰이지 않고 발음 그대로 외래어를 쓰거나 다른 한국어 표현으로 대체되었지만, ‘내려받기’(Download), ‘글꼴’(Font) 같은 용어는 요새도 더러 쓰이고 있죠.
PC통신 시대를 뜨겁게 달궜고, 지금도 전철이나 버스에서 볼 수 있는 ‘둥근모꼴’ 폰트가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고 해요.
공적 차원의 한국어 다듬기
민간이나 사기업 차원에서의 번역뿐 아니라 국립국어원이나 KBS 같은 공공기관 및 언론사 등이 주도해 만든 단어도 있죠. ‘댓글’(Comment)이 대표적입니다. ‘누리꾼’(Netizen), ‘누리집’(Homepage) 같은 단어도 종종 볼 수 있고요. 댓글처럼 대중적으로 정착한 표현도 있지만, 어색하거나 억지스러워서 오히려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은 말들도 많았어요.
국립국어원에서는 전산 및 IT 관련 다듬은 말이나 중앙행정기관에서 고시한 표준 전문용어를 볼 수 있는데요. 몇 가지만 소개해볼게요.
메타버스(Metaverse)
확장 가상 세계
가상 융합 세계
디버그(Debug)
벌레잡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전환
빅테크(Big Tech)
정보 기술 대기업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Application Program)
응용 프로그램
해커톤(Hackathon)
끝장 개발 대회
배치 파일(Batch File)
묶음철
묶음기록철
세이브(Save)
보존
갈무리
저장
그밖에
개인이나 민간 차원에서 컴퓨터/IT 용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모습은 최근에도 종종 찾아볼 수 있어요.
RanolP님 “더 나은 번역을 위한 번역 용례집”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프로그래밍 언어 및 프로그래밍 시스템 분야 번역 용례집” 및 “컴퓨터과학/컴퓨터공학 쉬운 전문용어” (이광근 교수)
‘번역’과는 조금 다르지만, 코딩할 때 변수나 함수 등의 이름을 한글로 짓는 일에 대한 견해 역시 무척 분분하죠.
토스페이먼츠 “한글 코드 규칙 a.k.a 세종대왕 프로젝트”
컴퓨터/IT 용어 한국어 번역,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외국어가 서툴거나 전문가가 아니라면 알아듣기 어려운 언어의 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말부터, 뜻이 부정확해지거나 어감이 어색해서 오히려 정보 전달을 어렵게 한다는 의견까지 참 다양한 토론이 오가는 주제인데요.
인프러너 여러분 각자의 의견을 댓글로 함께 이야기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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