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 재무적 Log 3 (팀빌딩 + 1차 리뉴얼)
8. 재무적 컨셉
난 계획적인 편이 아니라 디테일한 재무 계획을 세운적은 없지만, 컨셉이 확실하긴 했다.
딴 얘기지만 주위 좋은 대표라고 생각되는 분들은 대부분 어정쩡한 중간 없이다음 둘중 하나였던거 같다.
1. 엄청 꼼꼼하고 치밀해서 디테일한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는 부류
2. 에고(Ego) 가 강해 계획은 없지만 컨셉이 잡혀있는 부류
난 좋은 대표인지는 모르겠지만 후자였다.
돌아와서 재무적 컨셉을 얘기해보자면.
서비스는 급진적으로. 🏃🏻
돈과 팀은 보수적으로. 💰
이같이 정한 이유가 몇가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걍 나의 성향이다.
말 울렁증이 심하다는 핸디캡을 알고 있어서 반 강제적으로 투자 없이 자생하는 것을 컨셉으로 해왔다. 인사이트 있는 투자자라면 알아서 우릴 알아봐 줄테지만 보통 사람 투자자은 발표 울렁증이 있는 대표가 있는 회사를 신뢰하진 못할 테니까.
그래서 언제나 인프랩은 BEP(손익분기점) 을 맞춰가면서 성장하는것을 컨셉으로 해왔다. 팀원 뽑으면 좀 기다려서 BEP 맞추고. 그럼 또 팀원 뽑고. 또 BEP 맞추고 하는 식으로..
선 투자 후 뒤돌아보지 않고 불태우면서 하는 공격적인 성장이 있고, 우리 인프랩 같이 BEP 맞추면서 하는 성장이 있을텐데 뭐가 맞다 그런건 없는거 같다. 보통 스타텁은 전자고, 우린 후자를 선택했다.
9. 서비스 리뉴얼 – 2018.11 ~ 2020.04
2018년 여름 본엔젤스에게 시드투자 5억을 받으니, 명확하게 남아있던 과제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바로 서비스 리뉴얼인데, 초기버전 인프런 서비스는 나 혼자 만든거라 기술적으로 구멍이 정말 많았다. 당시 유저 수 가 5만 정도 됐었는데, 유지보수와 트래픽이 감당이 안되기 시작했다. 막 페이지 로딩이 8초~10초씩 걸렸다..😱
이때 팀이 딱 6명 이었다.
CEO겸 개발자 1명(접니다 🙋🏻) + 개발자 2명 + 운영3명.
6명 있는 회사에서 절반의 인원이 유저 수가 몇만명이 되는 서비스를 단지 기술적인 문제로 리뉴얼 하는건 어떻게보면 진짜 미친짓 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게다가 대표가 개발에 참여한다니!? 그래도 본능적으로 지금보다 더 늦으면 끝이다 싶었다.
그래서 앤트맨 프로젝트를 고고씽 했다.
나 + 개발자 두명(후리, 댄) 셋이서 근 5개월동안 서비스 DB 부터 HTML 까지 다 뒤집어서 새로 만들었다. 이때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너무 힘들었다.
매일 10시 반쯤 출근해서 6시까지는 대표가 해야되는 이런저런 일 하고 6시부터 새벽 3~4시까지 개발하다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 들으면서 집가고..(백만번 들었다.) 집 도착해서 옷 입은체로 드라마 미생 15분 정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잠들고.. 한 5개월간 이랬다. 다행이 개발하는 우리 셋다 미쳐버리기 전에 서비스 리뉴얼이 완료됐다. ㅋ
(서비스 제품 관점에서의 회고글 링크)
10. 팀빌딩
잠깐 팀빌딩에 대해서 간단히 얘기해보자면
난 1인기업으로 시작한데다 일반적인 시선으로는 말을 유창하게 하는것도 아니고, 카리스마 있게 생기지도 않아서(하지만 호감형이라 주장한다!!), 게다가 학벌등 인맥도 없었어서 팀 빌딩에 대한 우려를 주변에서 많이 했던거 같다. Seed 투자 라운드에서 투자 조건이 C레벨을 뽑을것, 좋은 팀을 만들것 이기도 했다.ㅎㅎ Angel 투자 라운드에도 전정환 센터장님도 팀빌딩에 대한 걱정을 은근히 많이 하셨다.
솔직히 나도 걱정됐다.ㅎㅎㅎㅎㅎ 안해본데다가 막막하니까.
최초 팀원은 나랑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쑤를 총무,행정 역할로 뽑았다. 이때 다들 미쳤다고 했다. 초기 팀은 총무, 행정일은 대표가 하는거라고, 영업이나 다른 역할을 뽑으라고들 조언들 해줬다. 음.. 내 생각은 달랐다. 초기 팀일수록 대표는 루틴한 일에서 벗어나서 뾰족하게 경계선을 계속 뚫어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때 내가 하기 싫고, 힘들어하는 일들을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봐도 그땐 내가 맞았던거 같다.
이후로도 개성이 뚜렷하고 팀의 구멍을 매꿔줄 능력치를 가진 것에 초점을 두고 뽑았다. 초기팀에서 인맥이나 돈이 받쳐주는게 아니면, 경험많고 모든면에서 훌륭한 사람은 애초에 뽑기 어렵기 때문에 한쪽으로 뾰족한 사람을 파티원으로 모시는게 현명한 선택이다.
그리고 태도를 정말 중요하게 봤다. 태도라는게 공손하게 손모으고 인사하고 그런게 아니라 얼마나 이쁘고 부드럽게 자기 주장을 강하게 전달하는지?? 좀 이런거? 말이 좀 이상한데 우쨌든 그런걸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거는 지금도 2차 면접에서 내가 많이 보는 부분중 하나다.
팀은 보통 발전할수록 경험이 많고, 고른 부분에서 능력이 좋은 사람들이 새롭게 들어오게 된다. 그 과정에서 뾰족한 초기 팀원들이 성장하지 못하면 슬픈 상황이 많이 연출되는데, 감사하게도 아직까지 우리 팀원들은 균형있게 잘 성장중인거 같아서 좋은거 같다. 계속 잘 이어가면 좋겠다.
11. 투자 받을까 말까 – 2019년 ~ 2021년 1월
서비스 리뉴얼을 통해 골든타임을 지켜냈고, 이후로 다시 순조롭게 성장을 시작했다. 그 밖에도 여러 일이 있었는데, 창업 초기부터 계속 있었던 분당 판교를 떠나서 강남역에도 잠깐 갔다가 출퇴근 빡쌔고 산책할데 없어서 판교로 다시 내려왔다. 판교로 다시 내려올때가 딱 10명이었다.
재무적으로는 인프랩 재무 컨셉에 맞게 BEP 를 계속 맞추고 있었다. 해외로 워크샵 가고, 팀과 서비스가 성장하는 동안에도 사용한 투자금보다 통장 잔고가 더 늘었다.
투자 받지 말자. 🙅🏻
투자에 대해서 고민이 좀 많았다. 우짜든 우리는 스타트업씬에 있기 때문에 투자유치에 대한 생각이나 사례가 항상 가까이 있다. 주위에서도 넘 많이 들리고, 소개받고, 연락이 온다. 실제로 대교인베, HB 인베, 에이티넘 등이랑은 꽤 진지하게 이야기도 오가고 IR 이나 벨류 협상까지도 진행했었다. 근데 투자까진 이어지지 않았다.
이때 본엔젤스에게 받은 Seed 투자금도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두배는 늘어 있는 상황이었고, 앞으로도 충분히 자신이 있었다. 투자 받지 않더라도 100억씩 투자 받은 다른 회사들보다 더 잘할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누가 와서 돈다발 던져주면 받고 아님 받지 말자.” 로 기조를 정했다. 근데 그러니까 당연히 못받았다.ㅋㅋ 종종 연락오고 소개받는 VC들과 미팅이 있었고, 특히 에이티넘과는 2020년 연말에 투자관련 미팅이 진지하게 있고 자료 검토도 있었는데 아주 쿨하게 까이고 상처받아서 걍 투자 따위 안받고 가자고 마음먹었다.
투자 받자. 🙆🏻
2021년 1월 중순쯤? 갑자기 투자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팀이 20명이 넘어가고, 문화가 견고해 지는 것을 느꼈다. 계속 좋은 사람들이 들어왔다. 이들은 아직 사회적으로 스스로를 증명하진 않았지만, 내가 보기엔 단단한 코어와 열정을 갖고 있는 + 게다가 선한 사람들이 모였다. 이런 팀원들에게 좋은 시니어, 그리고 엄청나게 성장하는 회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각자 스스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물론 나도 포함이고.
그래서! 투자를 받기로 결정했다. 💰
살짝 고민은 있었다. 이때 개인적으로는 투자를 받지 않는다면 미디엄레어 부자가 되는게 확실했다. 몇억씩 영업이익도 나면서 계속 성장하고 있었고, 종종 좋은 제안도 왔었으니까. 팀적으로봐도 뭉쳐 일하는것도 재밌었다. 팀원들도 만족도가 높은거 같았고.
하지만 투자를 받는다면 이 모든게 불확실성이 확 올라가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투자 받는 여부가 나름대로는 결정을 해야되는 사안이었다.
그래도 역시. 이 인프랩 사람들과 훨씬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연락이 닿았던 VC 분들께 투자 라운드 시작한다고 연락을 드리고, 본엔젤스 전태연 파트너님에게도 VC 들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때 즘이 26명이 됐다. 현금보유고는 11억 정도가 있었다.
Seed 투자 5억 받을때와 비교하면 팀은 4배가 되고, 현금은 2배가 되고, 매출은 10배가 됐다.
감사합니다.ㅋㅋㅋ 진짜 성장을 같이 지켜봐주신거네요.
앞으로도 훨씬 더 많이 발전이 남았을테니, 계속 지켜봐주세요!!!
글 순서가 좀 이상해서 BGM 부분은 다음 글로 옮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