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지, 그것이 알고 싶다?!

#emoji #emoticon #unicode

_{흠터레스팅!}

요새 세계에서 제일 ‘핫’한 언어가 뭘까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온라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언어라면 이견이 없을 것 같아요. 바로 PC와 스마트폰 등 디지털 디바이스에서 쓰이는 그림 문자, 이모지(emoji)입니다. 요 몇 년 사이 이모지는 SNS나 메신저 화면을 가득 채우며 사람들의 일상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죠. (바로 요렇게요! 😎🙄😝)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도 아기자기한 이모지 하나가 내 마음을 더 잘 보여줄 때도 있죠. 도대체 이모지가 뭐길래 우리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이렇게나 바꿔놓은 걸까요? 이번 <주간 인프런> #26에서는 어엿한 세계 공용어(!)로 자리잡은 이모지에 대해 알아봅니다.

이모지 대 이모티콘, 어떻게 다를까요?

먼저 이모지가 뭔지 생소한 분들도 계실 텐데요. 이모지는 쉽게 말해 컴퓨터에서 하나의 이미지 아이콘이 하나의 부호로 취급되도록 해놓은 일종의 그림 문자입니다. 현재 유니코드*에 도입되어 있어 디지털 디바이스에서라면 환경을 막론하고 호환되죠.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인터넷에 글을 쓸 때 누구나 이모지를 붙여 쓸 수 있고요.

그럼 이모티콘과 이모지는 어떻게 다를까요? 이모티콘(emoticon)은 개별적인 부호를 조합해 특정한 형태나 뜻을 나타낸 기호입니다. 반면 이모지는 지시하는 바를 단일한 그림으로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끔 옮겨온 그림 문자예요. 공공장소 표지판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픽토그램(pictogram)에 가깝죠. 이름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뜻입니다.

(^^), (-_-) 처럼 여러 개의 기호를 써서 이모티콘으로 표현하던 감정이나 사물 등을 하나의 그림으로 나타낸다면 훨씬 간편하겠죠? 그림 문자인 만큼 지역, 성별, 연령, 나이 등을 초월해 누구라도 의미를 쉽게 알 수 있고요. 이모지의 등장으로 기호를 조합해 이모티콘으로 표현하던 개념을 더 확실하게 나타낼 수 있게 되었어요.

_{:) 은 이모티콘이지만, 🙂는 이모지입니다. 콜론과 괄호엔 웃음이란 뜻이 없지만 합치면 웃는 얼굴이 되죠. 반면 이모지는 그 자체로 직접 웃는 얼굴 😀 을 가리키고요.}

이모지는 1999년 일본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통신사 NTT 도코모(NTT Docomo)는 SMS나 메일 등 문자로만 소통하면 서로의 의중을 알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모티콘을 하나하나 그림으로 형상화한 문자를 만들어 넣었죠. 이후 다른 통신사인 KDDI, 소프트뱅크 등에서도 자체 이모지를 도입했어요. 

그렇게 일본에서 쓰이던 이모지가 세계적으로 퍼져나간 데는 iPhone(아이폰)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요. 2008년 6월 애플이 일본에 iPhone 3G를 출시할 때,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일본에서는 메시지를 보낼 때 이모티콘을 반드시 사용한다며 그림문자 세트를 도입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소프트뱅크의 이모지 규격이 iOS 2.2에 들어가게 됐죠. 

_{iOS 6 이모지 키보드 ©Apple}

이모지에 뛰어든 기업은 애플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해 구글 Gmail에서도 이모지 입/출력이 가능하게 됐죠. 2010년에는 이모지가 유니코드 6.0에 수록되었고, 이듬해 iPhone 5에 유니코드 이모지를 입력할 수 있는 키보드가 탑재됐고요.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의 확산에 힘입어 이모지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이때 일본어로 그림문자를 뜻하는 에모지(絵文字, えもじ)를 그대로 ‘emoji’로 부르던 것을 영어권에서 ‘이모지’로 발음하면서, 한국에도 그대로 이모지라는 표현이 굳어졌죠.

같은 이모지도 다르게 쓰여요!

플랫폼에 따른 차이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이모지가 유니코드를 통해 표준화되었다고 했죠? 그런데 이모지는 웹 브라우저나 디바이스 등 플랫폼에 따라 조금씩 디자인이 다르게 보입니다. 유니코드는 문자 종류를 표준화하는 약속이지, 문자의 세부 디자인에 제약을 두지는 않기 때문이에요.

_{유니코드 협회는 환경별로 다른 이모지 디자인을 목록으로 정리해 놓았어요. ©Unicode}

2016년,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의 연구 랩 그룹렌즈(Grouplens)는 플랫폼별로 다른 이모지 디자인이 잘못된 의사소통을 야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똑같은 “미소짓는 눈으로 웃는 얼굴 이모지😁”를 보더라도 어떤 플랫폼에서 보는지에 따라 다른 감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문제 때문에 유니코드 협회에서는 이모지 디자인에 대한 기본적인 디자인 지침을 정해두고 있습니다. 이 지침에는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모양을 기반으로 디자인해야 하며, 핵심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요. 

문화와 해석에 따른 차이

앞서 이모지가 세계에서 제일 인기있는 언어 중 하나라고 했지만, 엄밀히 말해 이모지는 언어가 아니라 문자 체계입니다. 하지만 시공간을 초월해 언어처럼 번져나가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는데요.

2015년, 옥스포드 영어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를 선정했습니다. 2015년 당시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인 이모지 중 하나로, 당대 정신과 분위기를 가장 잘 반영한 단어로 꼽히며 화제를 모았죠. 

_{이게 바로 2015년의 단어?! ©Twitter}

그런데, 여러분은 이 이모지를 무슨 뜻으로 쓰고 계신가요? 유니코드에 따르면 이 이모지의 이름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얼굴(Face with Tears of Joy)’입니다. 하지만 특히 한국에서는 이 이모지를 웃기고도 슬픈, 일명 ‘웃픈’ 상황과 감정을 나타내는 데 쓰는 사람들이 많아요. 똑같은 모양을 두고도 받아들이는 의미가 다를 수 있다는 대표적인 예죠. 

다른 것도 살펴볼까요? 그동안 이 이모지는 어떻게 쓰셨나요? 🙏

_{사람마다 해석이 달라요. ©Twitter}

이 이모지의 이름은 ‘모은 손(Folded Hand)’입니다. 말 그대로 두 손을 마주댄 형태죠. 이 이모지는 주로 기도나 합장, 감사, 부탁의 의미로 쓰입니다. 종교적인 의미로 쓰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뜻으로 쓰기도 하죠.

한편 두 사람이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양으로 보고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하거나, 결의를 표현하기 위해 쓰는 사람들도 있어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탓에 이 이모지가 무슨 뜻이냐는 논쟁은 웹상에서 밈(meme)이 되기도 했죠. 

사실 원래 ‘모은 손’ 이모지는 2010년 유니코드 6.0에 두 손을 모은 한 사람(Person with Folded Hands)이라는 이름으로 도입됐으니 하이파이브를 겨냥하고 만든 건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하이파이브로 쓰면 안 될 건 없겠죠. 뭐가 됐든 마주댄 손은 맞으니까요! 😙

이모지로 말하는 시대 흐름

몇몇 이모지에 대한 해석이 갈리는 것처럼, 어떤 이모지는 그 자체로 상징(Symbol)의 역할을 합니다. 은밀한 속어로 쓰이거나 아예 다른 의미로 전유되기도 해요. 그에 따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시대정신의 표상처럼 받아들여질 수도 있죠.

2015년, 미국 뉴욕에서는 17세 청년이 페이스북에 총기를 소지하고 마리화나 및 마약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셀피(selfie: 셀카)와 함께 경찰과 세 개의 권총 이모지 👮‍🔫🔫🔫 를 올렸다가 경찰을 협박했다는 혐의를 받은 일이 있었어요. 이듬해 미국 버지니아에서는 중학교에 다니는 한 12세 소녀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화요일에 도서관에서 만나”라는 글귀와 함께 아랫줄에 권총, 칼, 폭탄 🔫🔪💣 이모지를 넣은 글을 올렸다가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_{Twemoji 1.0 '총, 칼, 폭탄' 이모지 ⓒTwitter}

특히 2016년은 올란도 총기 난사 사건, 캘리포니아 경찰 흑인 총격 사건 등 총기 난사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심각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던 해였죠. 이에 미국 시민 단체 ‘총기 폭력에 반대하는 뉴욕 시민 모임(New Yorkers Against Gun Violence)’은 총기 확산 반대에 대한 상징적 의미로 권총 모양의 총 이모지 제거 캠페인을 벌였고, 애플은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여 권총 이모지를 녹색 물총 모양으로 바꿨습니다. 뒤이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삼성 등도 줄줄이 이모지 디자인을 바꿨고요.

_{지금은 대부분의 이모지 디자인이 물총으로 바뀌었어요. ⓒUnicode}

이밖에 2019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가지🍆, 복숭아🍑, 땀방울💦 모양 이모지를 나체 일부분을 가리거나 성적 행위를 묘사하는 데 쓸 수 없도록 제한했습니다. 그동안 이 이모지를 사용하며 암묵적으로 성매매 등을 권유, 조장해온 이용자들을 단속하기 위해서였는데요. 특정 이모지 사용이 민감한 사회 문제를 연상시키거나 부추긴다는 이유로 논란이 된 대표적인 사례예요.

사안에 따라 특정 이모지 사용량이 급증하는 경우도 있죠. 이모지피디아에 따르면 코로나19(COVID-19)가 전세계 여러 국가에서 락다운(rockdown)이 시행된 작년 3월 미생물 🦠, 마스크 낀 얼굴 😷 이모지의 사용량이 전월 대비 대폭 상승했다고 해요. 한편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애플은 iOS 14.2 업데이트와 함께 무표정했던 마스크 낀 얼굴 이모지의 표정을 웃는 얼굴로 바꿨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증상과 상관없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오늘날의 모습을 반영한 변화죠.

_{코로나19 이후 애플은 ‘마스크를 낀 얼굴’ 이모지를 웃는 얼굴로 새로 디자인했어요. ⓒApple, Emojipedia}

이밖에 사회적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모지의 모양이 바뀌거나 새로운 이모지가 생겨나기도 합니다. 피부색, 성별, 장애 여부, 성적 지향 및 다양한 가족 형태 등 고정 관념에 따라 제한적으로 표현됐던 이모지를 다양화하는 움직임이죠.

기업 운영 원칙으로 ‘다양성 존중’을 내세웠던 애플은 iOS 8.3을 배포하며 피부색에 따른 6가지 인간 이모지 👨‍🦲👨🏻‍🦲👨🏼‍🦲👨🏽‍🦲👨🏾‍🦲👨🏿‍🦲 를 사용할 수 있게 했고, 동성애 및 동성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 등을 나타내는 이모지를 제공했습니다. 2019년에는 한부모 가족👩‍👧👨‍👧‍👦 이모지도 포함되었고요.

지금도 유니코드협회는 다양성을 반영한 이모지를 계속해서 발표하고 있어요. 하나의 성별로만 고정적으로 표현됐던 인물 이모지 역시 남성과 여성 및 성중립적인 생김새까지 다양하게 표현하는 등 여러 가지 삶의 방식과 정체성을 반영하고 있죠.

_{왼쪽부터 남성, 여성, 성중립적인 기술자(Technologist) 이모지 ⓒTwitter}

이모지를 사용자에 맞춰 개인화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띄는데요. 2018년 삼성은 증강 현실(AR) 기술을 활용해 셀피를 찍으면 사용자를 닮은 이모지를 만들어주는 ‘AR 이모지’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뒤이어 애플에서도 사용자의 얼굴을 추적해 이모지를 움직이게 하는 ‘애니모지(Animoji)’ 기능에서 사용자가 직접 얼굴 생김새를 설정할 수 있도록 발전시킨 ‘미모지(Memoji)’를 내놓았죠. 

_{삼성 스마트폰을 사용해 나를 표현하는 이모지를 만들 수 있어요. ⓒSamsung}

이밖에 공식 이모지를 합성해 새로운 이모지를 만드는 구글 ‘이모지키친’ 서비스나, 트위터 계정 @Emoji Mashup Bot 역시 이모지를 통해 개성을 표현하려는 오늘날의 트렌드와 맞닿아 있어요.

_{이모지키친에서 두 가지 이모지를 하나로 합쳐보세요! ⓒEmoji Kitchen}

그밖에 이모지 이모저모!

나가며

무궁무진한 이모지의 세계, 어떠셨나요? 메시지에 붙여 쓰는 감정 표현 수단을 넘어 이제는 어엿한 세계 언어이자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한데요. 앞으로 또 어떤 이모지가 등장할지, 이모지가 어떤 역할을 해나갈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