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영국에서일한다는것
#해외취업
3월 8일은 국제 여성의 날이에요. 그래서 이 날과 어울리는 인터뷰를 진행해보았습니다. 바로 한국, 남아공, 두바이를 거쳐 영국에서 일하는 마케터 Grace Shin 님이에요. 마케팅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Grace 님의 진심이 듬뿍 담긴 인터뷰를 꼼꼼히 읽어보세요. 정말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인터뷰를 진행한 저도 많이 배웠거든요. 멋진 Grace 님의 이야기, 자신있게 추천드립니다. (*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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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를 시작하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2011년에 졸업하고 인턴으로 일을 시작했으니 햇수로는 11년이 되었네요. 일한 기간은 10년정도 된 것 같아요.
학교에서는 어떤 분야를 공부하셨나요?
제 전공은 조금 쌩뚱맞은데요. 영문학과를 나왔어요. 제가 책을 굉장히 좋아해서 영미문학을 공부했어요. 제가 첫 회사에서는 기획자로 일을 했었거든요. 그리고 1년 반 정도 일을 하다가 좋은 기회로 소치에서 올림픽 관련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때부터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동안 하신 일이 궁금해요. 첫 회사에서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첫 회사는 한국에 있는 작은 그래픽 회사였거든요. 그 회사는 우리나라 대기업 연간 보고서, 투자자들이 보는 연간 보고서 위주로 편집 디자인을 하는 회사였어요. 거기서 기획자로 시작을 해서 그 다음에 소치에서 마케팅 관련 업무를 짧게 한 6개월 정도 프로젝트 베이스로 하고, 다음에 남아공으로 첫 해외 취업을 하게 되었어요.
아프리카로의 첫 비행
남아공에서는 본격적으로 마케팅과 관련된 일을 하기 시작했고요. 마케팅도 분야가 굉장히 많은데요. 저는 골고루 많이 해본 것 같아요. 남아공에서는 공간 관련 마케팅을 했었고요. 두바이에서는 전시나 이벤트부터 시작해서 디지털 마케팅까지 조금 더 포괄적인 일들을 해왔습니다. 현재는 영국에 있는데요. 지금은 완벽하게 디지털마케팅에 포커스해서 일하고 있어요.
다음 커리어는 어떻게 이어졌나요?
첫 회사에서 배운 게 많았어요. 디자이너 어깨 너머로 디자인도 배우고, 굉장히 의미있는 성장의 시간이었는데요. 야근도 많고 밤샘도 많고 솔직히 이야기하면 힘들기도 했어요. 그래서 쉬는 시간을 가지다 우연히 소치로 마케팅 현장 업무를 하러 갔는데요. 갔다 오니 해외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되게 강하게 들었어요. 그때부터 해외취업 공고를 찾아보았고, 남아공에 있는 회사로 마케팅을 하러 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마케팅에 관심은 있었는데 이걸 하면 ‘잘 맞겠다!’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가서 해보니까 재밌더라고요.
해외에서는 어떻게 일을 시작하게 된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해외취업… 조금은 우울하게 들리는 얘기일 수도 있는데요. 한국의 작은 에이전시에서 일하면서 월급도 많지 않고 ‘아, 나의 앞으로 커리어는 계속 이렇게 힘드려나?’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없을까?’ 생각하게 되었고, 그 와중에 ‘소치'에 가게 되었죠.
소치에 가니 한국에서 힘들었던 경험이 그냥 싹 다 잊혀지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아, 내가 생각했던 삶은 전 세계를 놓고 보면 되게 작은 부분일 수 있구나. 내가 여러 가지를 경험해보지도 않고 되게 빨리 어떤 결단을 내리려고 했던 건 아닐까? 좀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기회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확 들었고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생각한게 ‘나는 해외로 가야겠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고, 좋은 기회가 있는데 한국에서 우울하게 주눅들어있지 말고 나가서 한번 해봐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MBA는 언제 시작하게 되셨나요?
두바이에서 일을 하다가 어느정도 제가 원하는 지점까지는 왔다, 하고 느꼈거든요. 거기서 멈추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여기서 더 나은 커리어로 갈 수 있는게 뭘까? 경력도 조금 쌓였고, 영어도 어느 정도 하는데 그 위로 뚫고 올라갈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리서치를 하다 외국에서는 MBA 대학원 학위가 있으면 훨씬 승진이 쉽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다행히 제가 살고 있던 두바이에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에 글로벌 센터가 있었거든요. 거기서 일을 하면서 동시에 학위를 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2년 과정이라 길긴 하지만 워크샵도 참여하고 온/오프라인으로 공부하면 영국에서 직접 학위를 딴 분들과 똑같은 졸업장을 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시작했는데 정말 고생했어요. 생각보다 되게 힘들었어요.
가장 많이 성장했던 시점은 언제였나요? 그때 무엇을 가장 많이 배웠나요?
제가 같은 회사에서 계속 커리어를 쌓은 게 아니라서 회사를 옮길 때마다 되게 폭발적인 성장이 있었던 것 같아요. 기간을 꼽으라면 두바이에서 일하기 시작한 후부터 한 3~4년, 지금 일하는 영국에 오기 전까지가 굉장히 많이 성장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마케팅 전반을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마케팅이 그냥 카피 잘 쓰고 광고 잘 만들고 예쁜 디자인하고,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종합 예술이구나. 그리고 서포트 해주시는 영업팀이나 디자인팀 혹은 기술팀과 원활하게 소통이 안 되면 좋은 캠페인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을 그때 제대로 알았어요.
개인적으로는 영어와 중국어로 일하면서 언어적인 면에서도 성장이 있었고요. 외국인이랑 일하는 게 처음이잖아요. 사실 외국 사람들이랑 부딪히면서 고민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근데 계속 알을 깨고 나오는 것 처럼 부딪히면서 일하니까 훨씬 빨리 성장하더라고요. 아, 내가 생각하는 게 다가 아니고, 이런 다양한 의견이 있구나. 내가 잘 수용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성장하지 어렵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 시기예요.
커리어를 돌아보았을 때, 변곡점이 되는 지점들이 궁금해요.
시작은 해외취업을 한 순간인 것 같아요. 남아공으로 가겠다고 결심하고 사실 주위 사람들이 다 놀랐거든요. 저도 어떻게 그런 결정을 했는지 의아하기도 해요. 근데 그때는 벗어나고 싶다,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었어요.
그리고 남아공에서 두바이로 거처를 옮겨 외국 회사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 시점이 변곡점이었어요. 다시 새로운 환경에 노출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저란 사람에 대해서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까요? 외국에서 영어나 중국어를 사용하면서 일하면서, 능력이 200% 정도 향상되었던 계기가 되었어요. 일하는 나라를 옮긴 시점들이 저의 변곡점이랑 일치하는 거 같아요.
강의를 만들어야겠다! 라고 생각하셨나요? 계기가 궁금해요.
아주 정확한 계기가 있죠. ㅎㅎ 제가 두바이로 오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디지털마케팅이라는 분야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근데 한국은 약간 눈치도 보고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사수나 부사수가 잘 챙겨주잖아요. 팀원들도 그렇고요. 외국은 그런게 없어요. 정말 없어요.
'각자도생', ‘알아서 살아남자’ 이런 환경인데요. 처음으로 디지털 마케팅이라는 분야로 들어왔는데 아무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근데 막상 실무는 해야 하고. 그러면서 제가 혼자서 공부하고 찾고 퇴근하고 강의 들으면서 지식들을 쌓았는데요.
어느 시점에 조각조각 배웠던 게 하나로 퍼즐이 맞춰지는 지점이 있었어요. 그때 ‘전문성을 쌓는다는 게 이렇게 어려워야 되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멀리 있지만 내가 가진 지식을 전달해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비슷한 길을 걷는 분들에게 저처럼 고생하지 말고 쉽게 배우면 훨씬 더 재미있게 일하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강의를 만들게 됐습니다.^0^
마케팅에도 여러 분야가 있는데요. 그레이스 님의 강점, 혹은 주력 분야가 궁금해요.
저는 해외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전략이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지역에 더 효율적으로 마케팅 하도록 전략을 짜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게 저의 가장 큰 강점이고요.
지금 제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크게 얘기하면 퍼포먼스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구요. 조금 자세하게 설명 드리면 검색광고와 디스플레이 광고라고 표현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이 두가지가 기술의 영향을 가장 빠르게 받는 분야라고 생각하거든요. 마케팅 테크놀로지라고 해서 일명 마테크 (MarTech), 그리고 광고 기술에선 애드테크 (AdTech) 라고도 하는데 너무 빨리 변하거든요. 변하는 기술 중에서 내가 취할 것들을 전략적으로 취하고, ‘내가 하고 있는 캠페인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마음으로 해야 하는 일인 것 같아요.
그레이스 님이 느끼는 마케팅의 매력과 철학은 어떤가요?
마케팅은 정말 재밌고 매력이 많은 분야인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냥 ‘마케팅 하면 문과생이 할 거 없을 때 하는 거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아니다. 마케팅은 정말 매력적인 분야다’라고 꼭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저는 마케팅이 종합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훌륭한 마케팅 캠페인을 기획하기 위해서는 영화감독처럼 여러 분야를 다 잘 알아야 하거든요. 마케팅은 연애를 하는 것처럼 사람 심리를 건드려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사람의 심리, 제품, 카피라이팅이나 디자인, 영상, 영업 분야, 그리고 디지털 마케팅 같은 경우는 기술까지 여러 가지를 경험해볼 수 있는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여러 회사를 다니면서 다양한 마케팅을 하다 보면 제품이 바뀌잖아요. 그러면 마케팅도 제품의 모습에 맞게 변하거든요. 그래서 지루할 틈이 없는 분야예요. 그리고 저는 고객 중심의 사고, 모든 것은 고객의 경험 위주여야 한다는 철학이 있어요. 지금 일하는 회사도 고객의 경험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미국 IT 기업인데요.
결국 우리가 하는 일이 물건이나 서비스를 파는 일이지만, 고객한테도 더 나은 가치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략을 짜거나 웹사이트를 만들더라도 고객 입장에서 계속 생각하고, 고객의 눈으로 봐야해요. 단순히 돈벌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일을 함으로써 고객의 삶에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것을 만들어 줄 수 있다, 라는 마음을 갖고 일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또 제가 마케팅을 대하는 철학이라 생각해요.
본인의 커리어를 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있나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어요. 하나는 개인적인 성장이에요. 내가 새롭게 배울 수 있는 게 있으면 저는 새로운 회사를 선택해요. 지금의 일과 회사에서 더 이상 배울 게 없다면,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회사를 찾아보는 편이에요.
두 번째는 앞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게 중요해요. 처우나 연봉, 직급이 올라가거나 1%라도 지금 다니는 회사보다 더 좋은 대우로 맞아주는 회사. 그런 회사가 있으면 저는 옮기려고 해요.
이직을 나쁘게 생각하진 않아요. 한국에서는 자주 하는 이직을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은데요. 외국에서 이직은 나의 가치를 더 인정해 주는 회사로 가는 거지, 적응을 못하거나 끈기가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요.
현업으로서의 역량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시는지 궁금해요.
내 생각을 옆에 두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공감해야 하는데요. 쉽진 않거든요. 너무 빨리 변하고 트렌드도 계속 바뀌니까요.
가장 중요한 건 관심을 유지하는 거예요. ‘오늘 안에 트렌드를 다 익힐 거야!’ 하고 공부해서 되는 일은 아니니까요. 좀 더 큰 방향에서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여러 가지를 봐요. 경제는 어떤지, 예술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기술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넓고 다양하게 봐요.
이렇게 변화하는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관심만 유지해도 흐름에 뒤처지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해요. 이것만 해도 쉽진 않거든요. 일이라고 생각하면 힘들고요.ㅎㅎ 재밌다고 생각하면 흥미를 잃지 않고 오랫동안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시니어 마케터는 어떤 사람일까요? 어떤 역량이 가장 필요할까요?
시니어라면 큰 그림을 볼 줄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신입 시절에는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잖아요. 상사가 이거 하라고 했으니까 이거 해야지, 이렇게 내 눈앞에 있는 것만 보는데요. 직급이 올라가고 관리자가 되려면 장기적인 비전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려운 건 장기적으로 큰 그림도 봐야 하지만 동시에 디테일도 놓치면 안되는 거죠. 이 두 가지를 균형있게 갖추는 게 되게 어려운데 이걸 잘하려면 제 생각엔 경험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성공한 경험도 필요하고 또 좌절하고 상사한테 화도 나보고 실패도 해보고, 이런 다양한 경험을 가진 상사가 훨씬 더 팀과 프로젝트를 잘 끌고 나갈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시니어 마케터가 되면 자기 팀원들이 생기잖아요. 그래서 팀원을 잘 이해하는 EQ가 높은 시니어가 돼야 되는 것 같아요. 계발하기 어려운 역량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선천적으로 감성지수가 낮은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이 카리스마를 탑재하면 잔인한 시니어가 되는거죠. ㅎㅎ 그래도 밀고 나가는 추진력은 있겠죠.
저는 좋은 시니어 마케터가 되려면 이런 관계를 잘 형성하는 능력 + 장기적인 방향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렵죠? 너무 어려워요.
오래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3~4년차까지는 다른 생각을 할 시간이 없는 거 같아요. 지금 나에게 벌어지는 일을 소화만 하기에도 너무 벅차고요. 그 시기가 지나고 일에 익숙해졌다 싶으면 그때부터 권태라는 것이 찾아올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본인의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누가 이걸 시켜서 하거나 아니면 내가 돈벌이 때문에 한다, 월급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한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그럼 거기서 흥미가 끊어지는 거 같아요. 수동적으로 행동한다고 해야 할까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니까 하는거지, 이런 마음이 깃들기 시작하면 일하기 어려워져요.
현업으로 오래 일하려면 이 일을 내가 좋아하고 또 열정을 느끼는 일이라고 스스로를 계속 리마인드 시켜줘야 하는 거 같아요. 이런 마음가짐이 있어야 오랫동안 지치지 않을 수 있어요.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사람을 수동에서 능동으로 바꿔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거든요.
업무적인 롤모델이 있으신가요?
제가 두바이에서 일할 때 만났던 분이 있는데요. 러시아 사람이었고, 제가 직장에서 만난 얼마 안된 여성 임원 중 한 분이었어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데도 항상 당당하고 쾌활했고 사람들에게 공감을 표현하는 능력이 있었어요. 처음엔 작은 팀의 팀장이었는데 나중에는 여러 팀을 관리하는 총괄 역할을 맡아 일했고 예쁜 두 명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도 하셨죠.
그 분을 만나기 전까지 저는 커리어를 이어가려면 포기해야 하는 게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일과 가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분을 만나고부터는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제가 직급이 훨씬 낮은데도 커피를 사주며 제 고민을 들어줄 만큼 겸손하고 사려깊었어요. 너무 고마웠어요. 제가 두바이를 떠날때 그 분이 선물해 준 책을 아직 간직하고 있어요. 멀리 있어도 마음은 연결되어 있으니 응원하겠다는 메세지를 주셨는데요. 그분 덕분에 일에서의 성공 뿐만아니라, 가정에 충실하고 주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팀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리더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뭉클한 감정이 생겨요.
두바이를 떠날때 받은 책과 편지
마케팅에도 여러가지 분야가 있어요. 콘텐츠 마케팅, 퍼포먼스 등 나에게 맞는 분야를 찾는 팁이 있을까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먼저 자기한테 물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실제로 많은 수강생분들이 물어보세요. ‘그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찾나요?’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새로운 것을 해보고 새로운 곳에 가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고, 의도적으로 새로운 자극을 주고 거기에 내가 어떤 반응을 하는지 보는게 굉장히 중요해요. 그냥 이렇게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어요. 나는 무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잘하고 못하는지를 생각하고 여러 경험을 통해 본인에게 질문하는 게 중요하고요.
어느 정도 파악했다면 마케팅의 각 분야마다 어떤 종류의 일들이 있는지를 알아야겠죠? 제 생각에는 사람을 만나 진행해야 하는 이벤트나 홍보나 전시같은 쪽이라면 외향적인 사람한테는 잘 맞겠죠.
예를 들어 저는 외향적인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 일을 할 때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제 생각에 소심하거나 내성적인 사람들은 좀 안 맞는 분야고, 콘텐츠 마케팅이나 브랜드 마케팅 분야는 창의적인 일이나 글 쓰는 걸 좋아한다면 잘 맞을 거 같아요.
예전에는 되게 찾기 어려웠던 정보를 요새는 쉽게 볼 수 있잖아요. 블로그나 유튜브를 보다가 그가 하는 일이 내가 하려는 일과 비슷한 것 같으면 한번 잘 살펴보세요. 궁금한게 생기면 메일도 보내보고, DM도 보내보고. 되게 옛날 방식처럼 들리지만 이렇게 해서 알 수 있는 정보들이 정말 꿀! 꿀정보인 경우가 많거든요.
찾아보니 저도 대학교 시절에 그렇게 메일을 많이 보냈더라고요. 어디서 그렇게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다양한 사람들한테 물어봤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다 답변을 주셨더라고요.
분명히 지금도 그런 분들이 계실 거예요. 왜냐면 그분들도 그때의 저를 기특하게 생각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거든요. 정보로는 전달되지 않는 부분들을 캐치해내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그럼 훨씬 더 많은 걸 알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절대 그걸 통해서는 완벽하게 알 순 없어요. 가서 부딪혀봐야 알 수 있어요. ㅎㅎ
연차별로 퇴근 후, 어떻게 시간을 보내셨는지 궁금해요.
1~3년차는 정말 잘 시간이 없었어요. 야근과 밤샘을 정말 많이 한 것 같아요. 일을 빡세게 하고 퇴근하면 그냥 잠, 숙면이었고요. ㅎㅎ 해외에서 자리잡은 5년차 이후부터는 조금씩 여유가 생겨서 퇴근하면 그날 회사에서 배웠던 걸 복습했어요. 저는 약간 소심한 편이라 질문도 잘 못했거든요. ‘질문하면 내가 얼마나 모르는지 들통나는 거 아니야? ㅠㅠ’ 이런 생각 때문에 질문 못 하고 궁금했던 걸 집에 와서 찾아보거나, 언어 공부나 직무 관련 계발을 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그러다 MBA를 시작하면서 2년은 출퇴근을 제외한 모든 시간과 주말을 과제와 논문에 쏟았어요. 퇴근 후의 삶이 없었죠.
최근에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며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예전보다는 여유가 생겨서 강의를 만들 수도 있었고요. 열심히 일하고 회사에서 인정받는 것도 좋지만 평생 직장이 될 순 없잖아요. 그래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며 재능 나무를 심어보는 거죠. 일할 땐 열심히 일하고 퇴근 후에는 나만의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어요.
주니어 마케터가 옆에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지금 제가 하는 후회를 안 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처음에 사회생활하면서 듣기 싫은 말을 듣는게 힘들었거든요. 못했다는 말을 듣는 것도 너무 괴로웠고. 그 말을 들을까 겁나서 질문도 못했던 거 같아요. 근데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니 조금 듣기 싫어도 이렇다 저렇다 얘기해주는 상사가 나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니, 옆에 꼭 붙어서 많이 물어보고 배우세요.
피드백이 없으면 주니어 마케터가 성장하는 게 어려워요. 알아서 깨우쳐야 하는데 그건 너무 오래 걸리고 비효율적이거든요. 그리고 자기 주관적인 거잖아요. 옆에서 이렇다저렇다 이야기해주는 상사가 있다면 옆에 꼭 붙어서 많이 물어보세요. 그리고 모르는 건 아는 척 하지 말고 물어보세요. 물어보는 게 어렵다면 퇴근하고 찾아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전 잘 못하는 거 같아요. 재능이 없는 거 같아요.” 이렇게 말하시는 주니어분들이 계신데요. 그때는 그런 거예요. 계속 실수하고, 계속 혼나고, 자책하고. 그러니까 그런 경험들을 나를 판단하는데 사용하지 말았으면 해요.
더 실력있는 마케터가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믿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 훨씬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어요.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는 걸 목표로 삼아 기회가 있으면 머뭇거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하고, 어떤 일을 할 때 재밌고 보람을 느끼는지를 살피면서 처음 2~3년을 잘 버텼으면 해요. 이 시기는 버틴다는 말이 맞을 거 같아요. 그 시기가 지나면 조금 여유가 생길 테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는 얘길 해주고 싶어요.
인프런에는 여성 지식공유자의 비율이 적은 편인데요. 강의 제작을 망설이는 예비 지식공유자 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일단 왜 망설이시는지 너무 공감할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 강의 만들기 전에 되게 많이 망설였던 거든요. 강의 만드는 분들을 보니 대단한 분들도 많이 계셨어요. 내가 엄청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선생님도 아니고 교수도 아닌데 내가 강의를 만들면 누가 보려나?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생각을 왜 했지, 싶어요. 수강생이 남긴 후기를 보면서 ‘나의 지식이 누군가에게는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실제로 강의 후기를 보면서 조금 더 일찍 시작할 걸, 싶었거든요. 강의 평가가 안 좋으면 어쩌지? 아무도 안 볼 것 같은데? 이런 고민으로 망설이는 예비 지식공유자분이 계시다면 제 말을 믿고 꼭 도전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지식을 공유하는 경험이 본인에게도 정말 큰 성장의 기회가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올해는 미루지 마시고 꼭 자신을 위한 소중한 경험, 성장의 경험을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영국에서 일하는 건 어떤 부분이 만족스러우신가요?
저는 영국이나 미국이 빠르게 변하는 세계의 트렌드를 가장 빨리 접할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해요. 그 부분이 가장 만족스러운 것 같고요. 그리고 다양한 국가와 인종이 모여있는 곳이라서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사실 한국의 학교나 직장에서는 외국인이랑 같이 일하는 풍경을 상상하기 쉽지 않잖아요. 근데 영국 같은 경우는 워낙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되게 쉽게 그런 문화에 노출될 수 있고, 뭐 ‘이런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그리고 각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을 보면서 ‘아 이런 거는 내가 본받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면에서는 정말 큰 장점이 있는 것 같고요.
무엇보다 좋은 건 이러한 배경 때문에 직원 개개인을 매우 존중하는 문화가 있어요. 그래서 개인의 일상이 존중받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눈치를 안 봐도 된다는 것. 이걸 깨닫기까지가 좀 오래 걸리기는 했는데, 자기 소신이 있으면 되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소신이 있어도 밝히기가 조금 어려운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이 부분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해서 기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뭔가 윗사람이 얘기하는 데 반대 의견을 당당하게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영국을 포함한 외국에서는 내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저 사람은 의견이 없구나’ 이렇게 생각하거든요. 그게 절대 좋은 의미가 아니어서 그런 부분에서는 내 생각과 함께 나의 사생활, 퇴근 이후의 나의 삶까지 존중받는다는 면에서 아주 만족스럽고 야근을 당연시하지 않아서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
해외 취업을 꿈꾸는 마케터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나요?
해외 취업 관련된 질문은 항상 어려운 것 같아요. 저는 여러가지 질문을 받으면서 느꼈던 것이 너무 완벽하게 셋업을 하고 올려고 하시는구나 이렇게 느꼈어요. 근데 완벽할 수가 없어요 절대로. 그래서 너무 고민하는데 시간을 많이 쏟지 말고 일단 첫걸음을 떼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Quick win, fast fail. 빨리 성공하고 빨리 실패하라는 말이 있어요. 제 생각에는 완벽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만 가능한 것 같아요. 빨리 실패를 함으로써 성공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거죠.
많은 분들이 영어나 내가 가진 스펙에 집착을 하거나, ‘난 아직 준비가 안 됐어’ 이렇게 생각하는데요. 인터뷰하면서 조금 더듬거리거나 문법 좀 틀려도 괜찮아요. 당당하게 내가 생각하는 걸 표현할 수 있으면 돼요. 어떤 문제나 사건에 대해 내 생각이 있는지가 더 중요하거든요.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 시기가 지나서 정말 해외 취업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신속하게 첫걸음을 떼보라고 말씀을 드려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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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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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잘봤습니다. 내성적인 제 성격에 이 직업이 맞는가를 늘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 인터뷰를 보니 공감되는 내용도 많고 방향설정하는데 도움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좋은 인터뷰 해주신 Grace Shin님 감사합니다! 단순히 직무에 대한 문답이아니라 인생선배로서의 경험들이 녹아있는 내용이었어요.
좋은 인터뷰 기획해주신 구르는 돌맹이님꼐도 감사드립니다~ :)
의견 남겨주셔서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지식공유자의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궁리해보겠습니다. 제안이 있다면 얼마든 [주간 인프런] 리뷰에 의견을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하며 저를 되돌아볼 수 있는 정말 의미있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글부터 영상까지 인터뷰를 위해 수고해주신 인프런팀 너무 감사합니다🌿❤️
너무 좋은 인터뷰네요!! 가치있는 경험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 댓글 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