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컴퓨터 공학 이야기 (11) — 인공지능과의 만남 ?
PL & AI 연구실
한참이 지나 뒤돌아 본 90년대는 이른바 인공지능의 두번째 겨울이 있던 시기였다. 당시에 인기 있었던 토픽들은 Hardware 와 Software 를 같이 엮는 co-design, embedded system 등이었고, PC 통신이 겨우 나오고 있으면서 인터넷이 폭발하기 직전의 상황들이었다. 야후, 구글, 네이버 등이 없던 시절, 한게임이나 스타크래프트와 Napster 가 나오기 이전의 세상이었다. 핸드폰이 귀해서 학부 졸업 선물로 받았던 시절이기도 했으니…
PL ? AI ? NLP ?
학부에서 Compiler 와 Programming Languages 과목을 맡아 주셨던 김영택 교수님께서 운영하시던 연구실의 이름에서 AI 라는 말을 처음 접해 본 거 같은 기억이다. GPT / Transformer 가 통일해 버리다시피 한 요즘과 거리가 있던 토픽이었을 테고, 당시 연구실 이름이 PL (Programming Language) 인지, AI (Artificial Intellegence) 인지, NLP ( Natural Language Processing ) 인지 정확한 기억 혹은 기록이 보이진 않는데.. 이후 부임하신 장병탁 교수님과 AI 가 조금 더 붙어 있던 기억이다. 두 연구실이 합쳐졌다 흩어졌다 했던… 그 당시 이 연구실에 조인한 동기들은 지금의 미래를 예측했었을까..?
NLP 쪽 과제는 한영/영한, 한일/일한 번역에 대한 과제들과 일들이 많았고, 학과 사무실을 통해서 아래아한글에서 테스트 데이터들을 타이핑하는 아르바이트들을 열심히 했었다. 한자는 꽤 알고 있었고, 일본어가 지원되는 아래아한글을 꽤 비싼 돈 주고 샀던 기억, 일본 애니메이션을 통한 일본어 습득 노력들, A4 지로 출력된 책들을 하나하나 타이핑한 후 플로피 디스크에 담아 제출했던… 세이브 하지 않으면 큰일 나던 시절의 일들… 지금 보면 상상하기 어려운일들의 연속이었겠다.
시험은 패턴매칭
딥러닝과 머신러닝 등의 요즘의 컴퓨팅 리소스로 찍어 누르면서(?) 해법을 찾기 이전 시기였던 당시의 알고리즘이나 비교 로직들은 상대적으로 아기자기한 면들이 있었다. 인터넷 연결 없이 NLP 라고 부르는 것들도 형태소 분석 이후 switch / if then else / map 등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들이어서 한편으로는 갑갑하지만 그래도 코드들을 훝어 보게 되면 이해를 흉내낼 수 있는 정도였더랬었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여전히 헷갈리지만, 교수님께서 수업 시간에 해 주셨던 말씀으로 “모든 시험은 패턴 매칭” 이라 하셨던 게 아직 기억이 난다. 비교할 대상들을 많이 새겨 놓아야 정답을 잘 만들어 놓을 수 있다는 지금의 표현으로 이른바 데이터의 중요성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겠다. 아직 기억에 남아 있는 걸 보면, parser, string compare 같은 걸로 버벅거리던 시기에 꽤나 충격을 받은 내용이기도 하고, 이후 사회 생활에서 종종 쓰는 표현이 되어 버렸다.
이후의 인공지능
어이없을 정도로 짧은 만남 이후 2000년 정도까지는 정말 들어 보지 못한 단어들이었다가 2010년대 들어Google 에서 검색 관련 서비스들을 접하면서부터는 machine learning 부터 절반은 선수로 절반은 관중으로 접하게 되었다. 주로 서비스를 책임지는 입장에서 저 블랙박스 방법론을 왜 써야 하는지를 서로 증명하며 다투던 게 회사 일이었었다. 분명히 지표들이 나빠서 쓸 수 없는데, 대세니까 써야 한다는 둥 뭐 그런 충돌들..?
이후 알파고, CNN/RNN, transformer 등으로 흐르면서 이전의 아기자기함들은 사라지고 정신없이 펼쳐지는 수많은 방법론들… 지금은 잠시 관중 역할이 크지만, 선수로 다시 뛴다면 해 보고 싶은 게 많긴 하다..
ps. 시험은 아니지만 공부는 평생
조금 시간을 거슬러 더 철 없던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께서 해 주셨던 말씀이다. 사춘기 시절 공부를 열심히 왜 해야 하느냐 맞으면서까지 해야 하느냐 등의 이슈로 한창 삐딱하던 시기에 선생님께서 진심으로 말씀 주셨던 내용이다. 시험은 아니겠지만, 공부는 죽을 때까지 해야 할 거고, 공부 그러니까 배움의 기쁨을 평생 가지면 좋겠다 라는 진심 어린 말씀… 나도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 생각했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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