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 재무적 Log 4 (Series A)
13. Series A 투자 라운드 시작 – 2021.02
지표가 좋은 편이어서, 이땐 IR 자료 들이밀면 돈다발 들고 줄 설줄 알았다. 당연히 그런일은 없었다.ㅋㅋㅋㅋㅋ 게다가 난 정형화된 발표에 매우 취약해서 본엔젤스에게서 IR에 맞는 팀을 꾸리는게 좋겠다는 조언도 받았다. 쉽게 말해서 발표 너가 하지 말라는 말씀이었다. 😂😂😂 그래서 우리팀의 고트(goat)와 팀을 짜서 같이 IR 을 준비했다. 고트는 실제로 이해력과 유연성, 전달력이 모두 좋아서 내가 만든 IR 자료와 비전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잘 전달해 줬다.
50억을 모을 생각이었다. 2020년도에 만난 KB가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면서 기다리고 있어서 20억정도가 확보된 느낌적인 느낌이었고, Seed 라운드에 투자해 이미 주주인 본엔젤스도 10~20억 정도 후속투자 해주신다고 해서, 남은 10~20억을 펀딩하기 위해서 미팅들을 진행했다.
근데 의외로 미팅들마다 광탈했다.ㅋㅋ 수치도 나쁘진 않고 회사 소개도 좋았는데, 그걸 표현하는 방식이 많이 서툴렀다. 만나는 VC 마다 시장 사이즈나 앞으로도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들 했다.
역시 난 보통 VC 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세상이 잘못보는 거라며 아이유 ‘셀레브리티’많이 들으며 위로받았다. Series A 라운딩 동안 수백만번 들은듯. 아이유님한테 밥 사주고 싶다. 아이유가 거부하겠지만.ㅋㅋ
14. 본격 Series A IR
본격적으로 투자 IR을 시작했다.
아래 인프랩은 아래 세 회사에서 투자 받았다.
미래에셋
만나는 VC 들이 시큰둥하니까 슬슬 짜증게이지가 올라가던 참에 미래에셋 김경모 본부장님과 미팅이 잡혔다. 2020년 초중순에 전태연 파트너님 소개받은적 있는데, 그땐 바쁘셔서 만나보지도 못했었다. 그래서 사실 별 기대 없이 갔다.
근데 그 짧은 미팅 시간에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서 투자를 많이 하신 분이라 그런지 이해도도 높았고, 던지는 질문에서 공부가 많이 됐다. 그래서 그 미팅 시간에 ‘아! 이사람한테는 받아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그건 내 생각이고, 시큰둥해 하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에셋의 질문은 날카로웠지만 우리가 제공하는 대답과 자료들은 물렁했다. 그래서 추가로 우리 서비스에서 뽑을 수 있는 임팩트 있을만한 수치들을 분석해서 이메일로 보냈다. 근데 이 수치를 보내드리고 엄청 빨리 답장이 왔다.
“매우 좋은 수치인 것 같습니다. 혹시 이걸 월별로 볼 수 있을까요?”
이 답장을 보고 이 지표가 엄청 좋은 지표고 투자자들이 좋아하는 것이라는걸 알게됐다. 그래서 데이터 좀 더 디벨롭해서 IR 자료에 추가하고 새로운 VC 만날때마다 이 자료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실제로 그 이후로 만난 모든 VC에게서 관심을 받았다.
유저 리텐션에 관한 데이터였다. 리텐션 데이터를 아래 쿠팡꺼처럼 생기게 만들었었다.
우리껀 아니지만, 인프런 유저 리텐션 데이터를 이런 형태로 만들어서 전달드렸다. 쿠팡 리텐션 데이터는 지금봐도 경이롭다.ㅋ 근데 우리꺼도 대따 좋음.
이후로 계속 자료들을 검토하고 인터뷰도 하고 하다가 정식 IR 하기로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이진우 심사역님이 엄청 많이 도와줘서 엄청 감사하다.
IR 당일에 생각보다 편안하게 진행했고, 다른 분들도 많이 들어오셨는데 엄청 다들 친절하셨다. 분위기도 나름 좋았고.
한국투자파트너스
한투파의 정화목 이사님을 샤플 이준승 대표님 께서 소개해줬다. 이때쯤 50억이 내정적으로는 모인 시점이라 별 생각없었는데, 이준승 대표님이 벨류 왤케 낮게 하냐고. 투자 생태계 망치는거 아니냐고, 그리고 그럴수록 많이 만나봐야 된다고 하시면서 반 강제적으로 한투파와 TBT 를 소개해 주셨다. 진짜 초 귀인..
정화목 이사님은 엄청 강렬했다. 우와 나랑 동갑인데, 엄청 똑똑하고 젠틀한데 적극적이고 해서 자극이 많이 됐다. 경험이 무척 좋았다. 그리고 추진력도 장난 아니고. 고트랑 둘이 첫 미팅하고 딤섬 먹으면서 꼭 이사람에게 받고 싶다고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3월에 IR 을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분위기가 편해서 놀랐다. 한투파가 IR 분위기가 무겁고 엄숙하다고 스타트업 사이에 도는 소문을 들었는데, 상상하던 그것보다는 훨씬 부드럽고 편안했다. 우리를 많이 배려해 주신거 같았다.
결국 이번 투자는 한국투자파트너스 정화목 이사님이 리드하에 진행됐다.
본엔젤스
새 라운드에서 후속투자를 받기위해 IR 시간을 가지게 되니, 여러 감정이 섞여 들었다. Seed 투자때 우리를 믿어준것에 대해 의리를 지키고, 보답을 하는거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감사함과 뿌듯함의 감정이 특히나 크게 다가왔다.
딴 예기지만 본엔젤스는 원래 Seed 단계에서의 투자가 주로 있었는데, 시리즈A 단계에서 후속투자를 하는 경우는 이전까지는 별로 없었다고 한다. 앞으론 많이 하실거라고 하네.
IR 시간에 크래프톤 김창한 대표님도 계셨는데, IR 시간이라 사적으로 궁금했던거 못물어봐서 아쉽다..
15. 실사 및 투심위 등등 후 60억 투자 확정 💰🎉
시드투자 때와는 다르게 돈의 규모가 달라지니까 절차도 좀 많아졌다. 근데 이건 VC(투자사) 마다 절차가 다르다. 한투파, 미래 같이 규모가 큰 회사들은 보통
IR → 투심위1 → 투심위2 → 회계실사 → 계약 → 주금납입
이런 순서가 많은거 같다. 투심위는 해당 VC의 담당자가 VC내부에서 동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다. 그래서 이때 VC의 담당자가 잘 준비할 수 있게 투자받는 회사도 자료들을 충실하게 지원해 줘야된다.
이때 사실 엄청 일이 많다. 요청 자료들은 보통 없었던 형식이 대부분이라 데이터 뽑고 새로 만들고 검증하고, 질문들에 답해주고 하는것들이 이어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자료들을 토대로 VC 내부에서 토론을 거치고 최종 진행 여부가 결정된다.
그리고 OK 되면 VC가 선정한 회계법인이 회계 실사를 진행하게 된다. 그동안의 모든 입출금 내역, 매출, 채무 등의 건전성 적합성 등을 확인한다. 그리고 문제 없으면 계약서 도장찍고 얼마후에 주금이 납입된다.
Series A 라운드 프로젝트를 준비했던 궁예방. 실사 서류로 지저분하다.
결론적으로 인프랩은 4월 22일
한국투자파트너스, 미래에셋캐피탈, 본엔젤스
각 20억씩 총 60억원 Series 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 🎉
16. 협상과정에 대한 감상
시원하고 후다닥 60억이 통장에 들어온거 같지만 완전 그렇진 않았다.
가장 처음에 투자를 희망한 VC 한곳과 미래에셋 두곳에서 IR 을 가장 먼저 진행했고, 뭔가 일사천리로 슉슉 진행되는거 같았다. 근데 처음 호감을 주던 VC 에서 일이 지지부진 해졌다. 정확히 왜때문인지 모르겠는데, 큰 VC 하우스다 보니까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는거 같았다. 문제는 리딩을 하는곳이 그렇게 지체되니까 전체 일정이 다 멈춰버렸다. 그렇게 근 한달이 걍 지나가 버렸다. 원래 연초는 주주총회 시즌이니까 바뻐서 좀 딜레이 될 수도 있다고는 알고 있었는데, 이건 좀 심한데? 싶었다.
나의 마음은 갈대니까 이 과정에서 다시 투자를 받기 싫어졌다.ㅋㅋㅋ 투자 준비도 재미없고, 내가 이렇게 까지 해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나 싶고, 다른 더 재밌는 일을 하고 싶었다.
본엔젤스 전태연 파트너님이 뒤에 없었으면, 아마도 투자 진작에 엎어버렸을거다. 본엔젤스 내부에 인프랩에 대한 후속투자를 설득해 놓으셨다는걸 알아서 실망시킬 순 없었다. 그래서 진짜 꾹 참고 지지부진한 투자상황을 이어나갔다.
벨류 조정 협상
이렇게 느리게 일이 진행되는 와중에 벨류 조정 협상까지 들어왔다.
벨류가 상대적인 거라지만 우리딴에는 벨류를 많이 낮춰서 펀딩을 하고 있었다. ‘빠른 마무리’ 와 ‘좋은 VC’. 이번 라운드는 이 두조건을 총족하는게 최우선 이라고 모토를 잡아서 벨류는 아쉬움 없이 낮게 잡았다. 이 상황에서 벨류 협상이 들어오니까 신뢰가 깨져버렸다. 이 벨류를 못받아들여져서 계속 늦어지고 있던건가? 싶기도 했고.
스타트업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투자는 앞으로의 믿어야할 파트너를 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가 이렇게 적절한 기업가치를 잡았는데도 이런 협상이 들어왔다는것은 앞으로 파트너로서 믿어도 되는걸까 하는 원론적인 의심이 들었다.
원래 뭐든 빠르게 결정하는 편인데, 이때 진짜 머리가 넘 복잡해서 혼자 양평에 다녀왔다. 주말이틀 하루종일 걸으면서 계속 생각했다. 결론짓고 돌아와서 월요일에 IR 을 같이 준비하던 고트한테 지금까지 진행된 투자 상황 모두 드랍하고 다시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그때 고트 표정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ㅋㅋㅋㅋㅋㅋㅋㅋ
다행히 감사하게도 완전 드랍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투자자의 구성이 약간 바뀌어 투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음.. VC 가 투자전 기업 벨류를 낮게 조정하는걸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VC 입장에선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원래 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물건을 사면 그만큼 실적이고 보상이 커질테니까.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당연히 시도해볼만한 일이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상대방의 신뢰를 깰 수 있는거라 어려운 일 같다.
이때 우리가 좀 더 압도적인 설득력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에 만난 이미리 대표님이 투자 협상은 ‘자본주의의 예술’ 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난 그런점에서 예술은 잘 못하는거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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