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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터뷰 #3] 글로벌 1위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개발자, 이호연 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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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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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터뷰, inflearn이 인터뷰하다!

인프런의 새로운 콘텐츠,
다양한 직무와 직군 사람들의 성장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인터뷰를 하던 날,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호연 님은 2020년 부터 인프런에서 지식공유를 해오셨어요. 호연 님이 만든 강의를 24년인 지금, 벌써 8,100명이 듣고 있네요. 비전공자로 개발에 뛰어들었기에 생생한 경험이 녹아있는 강의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하셨는데요. 볼 때마다 본인만의 길을 뚫고 나가는 에너지가 있는 분이라고 느꼈어요. 종종 소식을 들을 때마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계셨거든요.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연락을 드리니 미국 갈 준비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흔들리지 않으려고 자취방도 빼버렸다고.. 성장에 대한 갈망이 진심인 분인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에서 이룬 것을 뒤로하고 멋진 성장 영화의 주인공 처럼 다시 맨손으로 도전하는 호연 님의 에너지를 이 인터뷰로 전달할 수 있길 바랍니다.

- 에디터 옥돌 🍋

(폭설이 내리던 날, 인터뷰를 위해 눈길을 뚫고 오신 호연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이호연이고 그랩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개발을 시작한 지는 한 7~8년 정도 되었어요. 지금은 개발 AI나 전반적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자체라고 해야 할까요, 효율적으로 비즈니스에 엔지니어링을 잘 접목하는 부분에 관심이 많아요. LLM이나 LLLOps 쪽 기술에도 초점을 맞췄었는데 지금은 전반적인 기술들에 다 관심 있습니다.

친형의 추천으로 웹 개발 공부를 시작하셨어요. 대학 시절은 어떻게 보내셨어요? 

전공(기계공학)은 아무것도 몰라요. 거의 다 까먹었고 프로그래밍을 배운 건 형 덕분이지만 개발을 내 직업으로 해야겠다는 건 창업을 하면서였어요.

제가 대학생이었을 땐 개발을 배우려고 해도 진짜 괜찮게 배울 만한 데가 몇 군데 없었어요. 인프런 같은 곳도 없었고, 책을 보거나 이상한 강의를 보고 배워야 했는데 시간 낭비랄까, 삽질을 많이 했었고요. 그래서 개발을 잘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되지라는 고민을 하면서 대학 시절을 보냈어요. 

처음 1~2년은 진짜 너무 어려웠어요. 안드로이드, iOS 개발하는데 문법도 어렵고 아무것도 모른 채로 HTML, CSS 조금 하다가 자바를 쓰려니까 모르겠는 거예요. 혼자 삽질하고 공부하면서 하다 보니까 대학 수업은 거의 내팽겨치고 개발에만 집중했던 것 같아요.


창업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군요.

2017년 초에 학교 선배들이랑 창업을 했어요. 3D 카메라를 통해서 사람의 신체를 3D 모형으로 만드는 기술을 통해서 몸의 변화를 예측하거나 운동이나 다이어트를 하면서 체중을 감량하면 이런 모습이 된다는 걸 예측해서 보여주는 거예요.  

기술적인 부분이 중요해서 그때 C언어도 제대로 공부했어요. 그 과정을 통해서 재미를 느꼈고, 잘하면 돈을 벌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창업하면서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창업하기 전에는 학교 수업도 듣고 이것저것 하면서 어중간한 상태였다면 창업하고 나서 개발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고 집중하게 되었어요.

대학교를 다니면서 창업을 하셨어요. 창업은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2017년에 형이 미국 CES를 좋은 기회로 가게 되었는데 같이 데려가 주겠다고 하는 거예요. 저도 개발을 조금씩 끄적이고 있었던 시기였어요. 막상 가보니까 너무 대단한 거예요.

그때 CES에서 선보인 기술들을 보고 나는 우물 안의 개구리라고 생각했어요. 진짜 스타트업 부스들 하나하나가 대단했고 사람들이 자신감에 차서 자기 프로덕트를 피칭하는 게 너무 멋있는 거예요. 다음엔 참여자 말고 부스에 직접 내 제품을 홍보하러 와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복학했어요.

복학하고서 학교 선배들을 알게 됐는데 창업한다고 하더라고요. 인바디라는 회사 대표가 학교 선배님인데 인바디 대표님이 지원해 주는 창업팀 중 하나였어요. 그 팀이 개발을 같이 하자고 했는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인바디도 매년 CES에 출품을 하는데 우리가 만약 어느 정도 성과를 내면 너네 전용 부스를 주겠다는 거예요. 저한테는 좋은 기회였죠. CES 갔다 오자마자 꿈을 바로 이룰 수 있는 엄청난 기회구나라고 생각해서 학교 다니면서 병행했고요.

고생했죠. 맨날 밤새우고 공부하고 기술 개발했는데 결과적으로 원하는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어요. 나름 열심히 했는데 성과가 잘 나오지 않았으니까 좌절감을 느꼈죠. 속상하기도 했고요. 


(첫번째 창업 직후 도전했던 Microsoft Imagine Cup 대회: 여기서 호연님의 팀은 한국 1등을 했다. 아시아 지역 대회에서는 아쉽게도 고배를 마셨다.)

여튼 그렇게 실패하고 저는 학자금도 벌어야 되고 졸업은 해야 되니까 외주를 해야겠다 싶어서 일을 시작했죠. 위시켓, 크몽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했고, 학비를 벌었어요. 그러다 외주를 맡아 하던 팀의 설득으로 작은 회사에 CTO로 합류했고요.

지식인 같은 서비스인데요. 사용자가 질문을 하면 전문가가 음성으로 답변을 해주는 구독 모델이었어요. 당시에 중국에서 핫한 지식 공유 서비스였거든요. 네이버 지식인의 상위 호환 느낌으로 만들었는데 결과적으로 팀 내 갈등이 심해져서 거의 서비스나 팀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갈등이 깊어진 거예요.

(창업 시절, 고생하던 사진..)

그때도 휴학하고 진짜 개고생하면서 만들었거든요. 결과적으로 잘 안돼서 아쉬워요. 당시로 돌아간다면, 여러 가지 면에서 지금이라면 다르게 했을 행동도 했었고, 팀적인 부분에서 아쉬운 것도 많아요. 그렇게 두 번 다 망했죠. 사실 두 번째 창업까지 뭔가를 성공한 적이 없어요.

실패해서 굉장히 힘들기도 했고요. 근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경험이 자양분으로 남은 것 같고, 제 커리어의 초반부를 그렇게 보내서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땐 너무 힘들었지만.
 

호연님의 커리어를 보면, 일반적인 개발자의 커리어와는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백엔드나 프론트엔드 한 가지를 잡고 한 게 아니라 시기 마다의 변곡점이 있는 것 같아요.

쏘카(SOCAR)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프론트엔드, 백엔드처럼 일반적인 프로덕트 개발을 했어요. 저는 쏘카에 들어가기 전까지 사수가 없었고 혼자서 고민했어요. 비즈니스 사이즈나 좀 더 기술적 관점에서의 깊이보다는 호리젠탈(horizental)하게 넓어지는 느낌으로 개발했거든요.

한 분야를 깊게 파고 있는 개발자를 보면 멋있기도 하고, 한편으로 이 삶이 맞는 건가, 어떻게 나를 설명하지?라는 고민을 하다가 깊이를 무조건 한 번은 가져가야 된다. 어렸을 때는 OK 지만, 한 번쯤은 깊게 파고 특정 분야를 전문가라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열심히 해보자는 결론이 들어서 데이터 엔지니어를 제대로 준비했어요.

알고리즘, 코테를 준비했고 데이터 엔지니어링 관련 기술도 계속 공부했어요. 한 달간 독서실 같은 걸 예약해서 알고리즘만 풀면서 지냈거든요. 그리고 제가 가고 싶었던 회사들 몇 군데에 지원했어요. 쏘카랑 다른 회사 몇 곳을 붙었는데, 데이터 엔지니어링 인프라가 잘 갖춰진 회사들 중 쏘카에서 배울 부분이 많겠다고 생각해서 데이터 엔지니어로 합류했죠.

(쏘카에서 일하며 상장하는 과정을 목격했다.)

쏘카 기업 규모가 크잖아요. 상장하는 과정까지도 봤는데 모빌리티 데이터의 양도 많고 차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 처리를 해야 되니까 기술적으로 신경을 쓸 게 많거든요. 뛰어난 동료들이 많아서 저도 많이 배웠고 늦게 퇴근하고 프로젝트 열심히 하면서 데이터 엔지니어링, MLOps 등 전반적인 데이터 인프라, 엔지니어링을 파고든 것 같아요.

너무 좋았던 경험이었어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반들을 큰 회사에서 한 번 경험하고 나니까, 확실히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그러다 오만한 생각일 수 있는데 내가 데이터 엔지니어링을 계속하면 이런 것들을 하겠다는 게 보였어요. 1년, 2년, 3년 뒤에는 자연스럽게 이렇게 되겠다는 청사진이 조금씩 그려지는 게 저에게는 약간 지루했어요.

그냥 커리어를 쌓아나가면 되는 건데, 커리어를 데이터 쪽으로 디벨롭하기에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세상이 넓은데 더는 안 되겠다 싶었어요. 결과적으로 빅테크*, 미국을 가야겠다. 놀더라도 더 큰 물에서 놀아야지 했고 그때부터 ‘어떻게 해야 구글을 갈까’, ‘아마존을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시작했어요.
*빅테크 : 미국 정보 기술 산업에서 가장 크고 지배적인 기업, 즉 아마존, 애플, 구글(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엔비디아등의 기술기업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

다음 회사, 프로젝트 플루토는 어떻게 들어가게 된 건가요? 

그때 스타트업 채용 혹한기가 왔거든요.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IT 업계가 겨울이어서 개발자 채용을 안 하는 시기였는데 프로젝트 플루토 CTO님 한테 연락이 왔어요. 구글에서 10년 정도 일하셨고 텐서플로우(TensorFlow) 같은 구글의 AI 관련된 프로덕트를 다루면서 테크 리드로도 일하시고 돈도 많이 버는 분이셨는데요.

미국에서 한국에 들어와 창업을 했는데 제게 관심 있냐고 제안을 주셔서 몇 번 만났어요. 제안을 주신 CTO님과 월스트리트 금융 분야에서 오래 일한 '뉴욕 주민*' 두 분이 공동 창업한 회사인데요. 대표님은 유튜버로도 유명하신 분인데, 만나자마자 얼른 일을 도와달라고 하셔서 오히려 겉치레 없는 순수한 열정을 느꼈어요.

제 기준에서는 '이렇게 해야 성공하는구나'를 느낄 수 있었고, 지금까지 만나왔던 사람들과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든 해낼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 유형의 분이셨고 CTO님도 기술적으로 신뢰가 가는 분이라, 충분히 배울 게 많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합류했죠. 

이전에 하던 데이터 엔지니어링 일은 아니었고요. 프론트엔드 백엔드 개발을 했어요. 거의 파운딩 엔지니어로 초창기에 들어가서 개발했죠. 사람을 보고 회사를 들어간 거라, 솔직히 얘기하면 어떤 프로덕트를 만드는지는 잘 몰랐어요. 어떤 기술 스택을 쓴다, 정도만 알고 들어갔거든요. 

입사를 결정할 때도 네가 데이터 엔지니어링 업무를 못하니까 이 회사는 못 가겠다가 아니라 어떻게 보면 삶의 여정의 일부인 거라고 생각했어요. 무조건 데이터 엔지니어링을 계속해야 된다기 보다 '필요하면 해야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데이터 엔지니어링은 내려놓고 회사에서 필요한 일을 했었죠.

(프로젝트 플루토 재직 시절)

프로젝트 플루토에서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에어플로우 같은 데이터 인프라를 위한 툴이 많이 있는데요. 완전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안 쓰는 경우가 많거든요. 스테이지가 다르니까. 그래서 웹 개발, 서버 개발을 하다가 ChatGPT4 가 나오는 걸 보고 미쳤다 싶어서, 그때부터 AI 쪽으로 틀었어요. 그 과정에서 좋은 성과들을 내고 여러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니까 자연스럽게 테크 리드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요. 

제가 봤을 때 LLMOps는 그것만 잘해야 되는 게 아니라 웹 개발, 서버 개발도 할 줄 알고, 전반적인 도메인 지식이 있을수록 잘 만들 수 있는 프로덕트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보면 MLOps랑도 결이 비슷하고요.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ChatGPT 요청도 하고 AI 관련 프로덕트를 내부적으로 양산하면서 인프라가 중요해졌는데, Sass 나 오픈 소스만으로는 안되는 거예요.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개발 직군이 아닌 분들도 사용해야 하고 요구사항들이 많은데 그걸 충족할 만한 프로덕트가 보이지 않았어요. LLMOps라는 툴 자체 용어도 나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였어요.

그래서 CTO님과 대표님께 제안했어요. “한 달만 주시면 기본적인 파운데이션을 만들어서 우리가 했던 것들 먼저 마이그레이션 하고, 여튼 더 개발하기 쉽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말씀을 드리고 한 달 정도는 진짜 자면서도 설계랑 LLMOps에 몰입했어요. 

결과적으로는 잘 돼서 회사의 모든 프롬프트 엔지니어들 혹은 LLM 관련 일을 하는 분들이 여기서만 일하면 될 정도로 플랫폼 개발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복잡성이 높았고 이제껏 해왔던 일과는 다른 일이어서 CTO님에게 개발에 대한 철학부터 많이 배웠어요. ‘좋은 소프트웨어는 무엇인가’에 대한 저만의 정의들이 지난 회사에 있으면서 굳건해진 느낌이에요.

CTO님과 팀원들이 잘하시는 분들이고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아서 지금의 제가 있게 된 것 같아요. 아직은 별 볼 일 없지만 앞으로 엔지니어로서 더욱 성장하기 위한 초석들이 쌓였다고 느꼈어요. 많이 발전했다고 스스로 자각한 게 이번이 처음이에요.

(링크드인에 공유한 한국에서 AI 프로덕트 만드는/만들 회사만 30군데 이상 만나면서 느낀 점)


퇴사 후, 링크드인에서 '한국에서 AI 프로덕트 관련 회사만 30군데 이상 만나면서 느낀 점'을 정리해 공유해 주셨어요. 어떻게 이렇게 많은 회사를 만나게 되었나요? 

저는 링크드인에 종종 글을 쓰고 기술 관련해서 발표도 하는데 링크드인에서 제가 (프로젝트 플루토를) 퇴사했다는 글을 올렸는데요. DM으로 만나자는 연락이 110건 정도 왔어요. 

엔지니어분들, 커리어와 관련된 고민하시는 분들이 꽤 있었고요. 대부분은 우리 회사에 오라는 콜드콜을 보내셨어요. 그래서 그동안 해온 것들이 헛되지 않았구나, 내가 해왔던 기술적 의사 결정들이 의미가 있구나 생각했어요. 한국에서는 LLMOps가 필요하다는 인식이나 고도화된 AI 관련 인프라를 구성하고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겠다는 니즈가 사실 없었거든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보면 제가 좀 더 빨리 고민했고, 제가 했던 선택들이 어느 정도 맞았구나. 그동안 성장했고 잘해왔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한국에서 나름 유명한 AI 회사 분들은 다 만나본 것 같아요. 하루에 3~4명씩 만났는데 어떻게 AI를 바라보는지에 관한 의견도 많이 들을 수 있었고요. 그렇게 만나보고 나니까 한국은 좁구나, 이제 진짜 미국으로 가야겠다고 완전히 결심했던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미국으로 떠나기 전, 인프런 퇴근길 밋업에서 그간의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호연님.)

미국에서 뛰어난 엔지니어들과 경쟁하며 더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고 하셨어요.

미지의 영역, 탐험하지 않은 영역에 대한 호기심이 크고요. 주변 이야기를 들었을 때, 예를 들어 미국 엔지니어의 평균과 한국 엔지니어 평균을 비교하면 오히려 한국이 잘한다. 근데 진짜 미국에서 잘하는 소수의 사람들은 차원이 다르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잘하는 사람들이랑 일해보고 싶고요.

막상 겪어보면 내가 더 잘하네? 그럴 수도 있잖아요. 근데 경험하지 않고서는 모르는 거라 미국에 무조건 가서 겪어봐야겠다. 그 생각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커리어의 골(Goal)이 무엇인지도요.  

제 미래가 잘 그려지진 않아요. 왜냐하면 저는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쏘카에 들어갈 때를 제외하곤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주변에 보이는 기회들을 자연스럽게 잡았어요. 근데 항상 제가 생각했던 커리어 방향과 좀 달랐어요. 그냥 열심히 살면서 좋은 기회가 있으면 잡고 또 잡고 가는 느낌이라서 예측이 잘 안되는 것 같고요.

러프하게라도 생각해 보면 미국에서 안착하고, 거기서 충분히 인정받고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과 느낌을 받는 게 1차적인 목표인 것 같아요. 미국에서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빅테크 기업에 돈을 많이 주니까 가고 싶은 건 아니고 엔지니어로서 빅테크에서 한번은 일해보고 싶어요.

실제로는 큰 조직에서의 톱니바퀴 중 하나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은 찍어봐야 나중에 사업을 하거나 다른 걸 할 때 어느 정도 나를 보증해 주는 수표 같은 게 될 수 있으니까요. 미국에서 무조건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단지 ‘지금 미국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요. 

나중에 미국에서 돌아오게 된다면 한국에서 교육 관련 일을 해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있어요. 그땐 미국에서 어느 정도 돈을 많이 벌었을 거라는 전제하에서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싶어요. 재즈 바도 차리고 싶고요.


호연님에게 성장이란 무엇인가요? 

주니어 시절에는 항상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근데 지금은 연차가 차고 여러 일을 하다 보니 성장은 그냥 따라오는 것 같아요. 성장은 따라오는 거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거지, 성장하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어요.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서 저에게 성장이란 도파민처럼 재밌는 거예요. 사실 개발은 끊임없이 성장을 해야 되는 분야 중에 하나잖아요. 기술이 계속 발전하니까요. 그 과정이 즐거운 것 같아요.

저한테는 성장 욕구만큼 도파민을 주는 게 없는 것 같거든요. 일시적인 욕구들은 많잖아요. 맛있는 걸 먹는다. 여자친구랑 데이트한다. ‘성장’은 내성이 없다고 해야 하나요. 항상 재밌는 것 같아요. 그래서 성장은 도파민 그 자체. 유일하게 국가가 허락한 도파민 같아요. 제게는 그 대상이 되는 게 개발이고요. 나중에 개발을 은퇴하고 다른 걸 하더라도 변화하는 환경에서 성장하면서 일할 것 같아요.


나에게 영감을 주었던 콘텐츠가 있나요?

블루 자이언트라고 아세요? 일본 애니메이션인데 색소폰을 부는 주인공이 나는 세계에서 넘버원 플레이어가 될 거야,라면서 일본 소도시에서부터 시작하는 일련의 성장물이거든요.

(인생 만화, <블루 자이언트>의 극장판 ©판씨네마 )

만화책도 있고 극장판으로도 나왔는데 그 친구가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고가 되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 저는 그 어떤 콘텐츠 보다 좋았어요. 제일 힘들었을 때 그 만화책 전 권을 다 샀어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재즈 바에서 공연하고 나면 주인공이 이제 됐다, 나는 유럽으로 넘어갈게 하고 유럽으로 넘어가요. 그리고 유럽에서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재즈 밴드를 꾸리고 공연하면서, 유럽에서 제일 유명한 페스티벌에서 인정받아요.

일본에서 성공하고 유럽에서도 성공했는데 더 나아가는 걸 택해요. 또 유럽에서 이룬 걸 다 정리하고 또 미국에서 홀홀단신으로 시작하거든요. 옮길 때마다 완전히 새로 시작해요. 여러 가지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항상 무에서 다시 시작해요. 

(인생 만화 <블루 자이언트>의 극장판 ©판씨네마 )

만화는 아직 연재 중이에요. 영화는 일본에서의 이야기만 다루고요.  저는 애니메이션 극장판을 보고 진짜 엄청 울고 또 봤어요. 이 친구가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이 가고,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주인공이 항상 나아간다는 점에 영감을 많이 받아서 주변 친구들한테도 추천했어요. 나도 저런 삶을 살아야겠다는 표본이 <블루 자이언트>의 주인공인 것 같아요. 

(도쿄 여행때 실제로 방문한 블루 자이언트의 실제 배경이 된 도쿄의 재즈 클럽)

극장판은 스토리뿐만 아니라 음악도 좋아요. 지금도 극장판에 나온 음악들을  플레이리스트 넣어놓고 자주 듣거든요. 제 삶에 불을 지펴주는 영화에요. 

(호연 님의 추천 플레이리스트)

호연 님에게 일은 어떤 의미에요? 

인류를 보면 항상 일을 하면서 살아왔잖아요. 직장인이면 보통 하루에 3분의 1은 회사에 있는 거니까 저는 일을 즐겁게 하는 게 너무 중요해요. 이 시간이 힘들면 인생의 3분의 1이 힘든 시간으로만 채워지는 거잖아요. 더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일을 잘 하고, 즐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도파민을 주는 포인트이기도 하고요.

물론 하기 싫은 일들도 많겠지만
일을 내가 풀어야 될 문제, 정의해야 되는 문제라고 생각하면 다른 관점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본인이 즐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항상 즐길 수는 없더라도 내가 의지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게 장기적으로 좋은 것 같고요.

(프로젝트 플루토 퇴사 후 다녀온 유럽 여행)


커리어 관련해 고민 중인

주니어 개발자 분들께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엔지니어로서 차별성을 가져가거나, 리드할 수 있는 상위 레벨로 가게 되면 “언제 이 기술을 사용해야 되는가” 그리고 “이 기술을 어디서 사용해야 되는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쏘카라는 큰 조직에서 썼던 데이터 엔진 기술이 좋고 안정적이니까 초기 스타트업에서 써도 되는 거 아니야? 라고 묻는다면, 그게 정답이 아닐 수도 있거든요. 기술을 도입할 때는 어떤 상황에서 어느 시점에 써야 되는지가 중요해요.

그래서 주니어로서 주어진 일을 확실하게 하는 것도 중요한데, 차별성을 지닌 엔지니어가 되려면 문제를 푸는 것보다 정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실무자도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이 충분히 될 수 있거든요.

디렉션이 왔을 때 어떻게 문제를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더 빠르게, 효율적으로 문제를 풀 수가 있어요. 단순히 아는 기술들을 동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많은 고민을 하고 일련의 의사 결정들을 경험했을 때 성장하는 것 같고요.

이전 회사(프로젝트 플루토) 파운더의 기조도 그랬고, 빠르게 하는 게 중요한 상황에서는 좋은 기술을 사용하는 게 우선이 아닐 수 있거든요. 회사에서 추구하는 방향, 그리고 비즈니스를 전개해 나가는 방향이 있다면 기술도 거기에 맞춰서 생각을 해야 되더라고요. 기존에 했었던 생각들과는 180도 다르게. 이전 회사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하드 스킬뿐만 아니라, 일을 둘러싼 상황과 시점을 정확하게 알아야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예전에는 WhatHow 만 신경 써도 되었다면 이제 Why, When, Where 같은 다른 축이 점점 더 생겨요. 그러면 머리도 아파지고 하나의 의사결정도 쉽게 내릴 수가 없어져요. 종합적으로 고려를 해야 하니까요. 근데 좋은 결정을 내리는 경험을 하는게 엔지니어한테는 큰 성장이고 차별점을 드러내줘요. 그게 나중에 창업을 하든 무얼 하든, 성공을 가르는 부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하고 싶어요.

(미국 출장에서 한 컷)

그동안의 호연 님이 해오신 고민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5년 전의 나에게 말한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근데 또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도 이야기하고 싶어요. 실패도 많이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다 거름이었다. 모든 것들이 다 거름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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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자이언트 | 왓챠
2023 · 1시간 59분 · 애니메이션 · 일본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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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시즈카 신이치

번역

강동욱

출판

대원씨아이

Ishizuka Shinichi의 만화 『블루 자이언트』 제1권. 재즈에 감동을 느낀 고교 3학년생 미야모토 다이는 강가에서 홀로 색소폰을 불고 있다. 비 오는 날도 무더운 날도 밤낮 없이 몇 년씩이나. 이야기는 센다이, 히로세가와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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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시즈카 신이치

번역

강동욱

출판

대원씨아이

Shinichi Ishizuka 만화『블루 자이언트』제2권. 홀로 강가에서 색소폰을 불어온 미야모토 다이. 그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내가 색소폰을 가르쳐주마', '네 소리는 사람을 압도해' 음악을 이론적으로 급격히 흡수하기 시작한 다이는, 재즈 페스티벌로 시끌벅적한 거리에서 갑자기 악기를 꺼내어 연주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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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시즈카 신이치

번역

강동욱

출판

대원씨아이

Ishizuka Shinichi 만화 『블루 자이언트』제3권. 재즈에 감동을 느낀 고교 3학년 미야모토 다이는, 오늘도 강가에서 홀로 색소폰을 불고 있다. 비 오는 날도 무더운 날도 가리지 않으며 매일 매일. 세계 최고의 재즈 연주자가 되겠다는 꿈을 품은 채, 그렇게 3년을 밤낮 없이 재즈에 심취한 다이. 여기, 파란만장한 어느 재즈 연주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일본의 센다이, 히로세가와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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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시즈카 신이치

번역

김동욱

출판

대원씨아이

스승 유이의 가르침을 받은 이후 처음으로 다른 연주자와 가진 세션. 전력으로 색소폰을 부는 다이가 음악의 새로운 단계를 엿보는 순간, 그 소리가 또 다른 힘을 띠기 시작한다ㅡ. 그리고, 고향 마을을 떠나기로 결의한 다이는 친구, 스승, 아버지와 형제자매에게 작별을 고하는데. 각자의 뜨거운 마음이 담긴 배웅에 다이는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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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시즈카 신이치

번역

김동욱

출판

대원씨아이

Ishizuka Shinichi의 『블루 자이언트』 제5권. 상경해 홀로 연습을 계속하던 다이는 동년배 실력파 피아니스트 유키노리와 만난다. 껄렁한 태도로 ‘유닛을 짜자’고 말하는 유키노리를 상대로, 세계제일이 되는 것이 목표인 다이는 주저한다. 그러나 차츰 밝혀지는 유키노리의 음악에 대한 마음은…. 그리고 또 한 명, 의외의 인물이 이들의 유닛에 합류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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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시즈카 신이치

번역

김동욱

출판

대원씨아이

Shinichi Ishizuka 『블루 자이언트』 제6권. 움직이기 시작한 다이, 미츠노리, 타마다 트리오. 타마다는 필사적으로 두 사람을 따라잡기 위해 연습하고, 유키노리는 트리오의 오리지널 곡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며, 다이는 자신의 새로운 무기를 손에 넣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드디어 다가온 트리오의 첫 라이브―. 과연 관객은 들 것인가? 연주는 성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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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시즈카 신이치

번역

김동욱

출판

대원씨아이

이시즈카 신이치의 『블루 자이언트』 제7권. 다이와 친구들의 10대 재즈 트리오 ‘재스(JASS)’. 그 혼신을 다하는 연주에 관객이 모이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받은 개런티, 트리오를 부러워하는 중년 밴드, 고민 속에서도 전진하며 라이브를 계속함으로써 다이와 친구들은 길을 개척해나간다. 그리고, 피아니스트 유키노리는 쭉 동경해오던 일본 제일의 재즈 클럽에서 공연하고자 어떤 인물을 라이브에 부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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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시즈카 신이치

번역

김동욱

출판

대원씨아이

10대 재즈 트리오 ‘JASS’는 필사적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도쿄에서의 연주를 이어나간다. 그 와중에 동경하던 재즈 클럽 관계자에게서 솔로 연주와 평소 자세에 대해 호된 비판을 받은 피아니스트 유키노리는 우울한 마음을 가슴에 묻고 새로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하지만, 아무리 고뇌하고 노력해도 솔로 연주가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는데…. 그때, 라이브 중 다이가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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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시즈카 신이치

번역

김동욱

출판

대원씨아이

처음으로 참가한 재즈 페스티벌,  다이, 타마다 그리고 유키노리, 3인은  유명한 그룹 공연의 오프닝으로 스테이지에 서게 된다.  지금까지 역사상 가장 많은 관중들 앞에서  자신들의 음악에 기대하지 않는 관중의 앞에서  들러리 공연이라고밖에 생각하지 않는 유명 아티스트 앞에서  3인의 혼신을 담은 연주가 시작된다.  그리고, 피아니스트 유키노리는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받게 되는데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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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시즈카 신이치

번역

이정

출판

대원씨아이

유키노리가 어렸을 때부터 목표로 삼아왔던  일본 최고의 재즈 클럽 ‘So Blue’.  병으로 빠진 피아니스트의 대타로  ‘So Blue’의 스테이지에 오르게 된 유키노리는  온힘을 다해 연주를 하기로 한다.  그 결과 다이, 타마다, 유키노리 트리오는  ‘So Blue’에서 라이브를 열 수 있게 되는데.  모든 것이 크게 약동하려는 그 순간―.  다이와 소년들의 분투,  그리고 성장을 그린 블루 자이언트 완결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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