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터뷰 #1] 트렌디한 만화 카페 '그래픽'의 스타팅 멤버, 김륜현 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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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런의 새로운 콘텐츠,
다양한 직무와 직군 사람들의 성장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이게 정말 만화 카페라고요?
압도적인 규모, 차분하고 트렌디한 분위기, 덕후의 취향을 저격하는 도서 라인업.
어른들을 위한 만화 카페 '그래픽'은 2022년 정식 오픈한 이후, 만화 좀 본다 하는 분들 사이에서 서서히 입소문이 났다고 해요. 현재는 주말 웨이팅 200팀에 이르는 큰 인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올해 11월, 그래픽이 위례에 2호점을 오픈했는데요.
인프런은 한국 만화 카페 역사에 새로운 획을 긋고 있는 그래픽의 스타팅 멤버 김륜현 님을 만나봤습니다.
동화미디어콘텐츠 학부생에서 중견기업 영업 사원, 만화 카페 창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커리어 변화를 겪은 륜현 님은 어떤 성장을 경험하셨을까요?
팀원에서 리더까지 두루 경험하신 륜현 님의 인터뷰, 륜현 님의 성장에 영향을 준 콘텐츠를 만나보세요!
-에디터 셰리 🐰
안녕하세요, 김륜현입니다.
안녕하세요, 그래픽 김륜현입니다. 2022년 초 이태원에 처음 정식 오픈한 그래픽은 스타팅 멤버 3인으로 시작했는데요. 벌써 42명 규모의 팀이 되었습니다. 저는 대표님의 제안으로 합류해서 현재 회계, 인사, 계약, 법인 등 경영지원 업무를 두루 담당하고 있어요. 여느 스타트업의 팀원분들이 그런 것처럼 폭넓은 업무를 맡고 있어요.
그래픽이 위례점을 오픈한 지 얼마 안 돼서 최근까지 굉장히 바쁜 날을 보냈는데요. 지금은 커진 팀 규모에 맞춰 새로운 팀 운영 시스템을 고민 중입니다.
저는 멋진 사회인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픽 창업에 합류하기 전, 저는 페인트 회사의 해외 영업팀에서 근무했어요.
대학생 때 동화미디어콘텐츠를 전공했는데, 저랑 잘 안 맞더라고요. 조금 더 도전적인 일을 하고 싶은 마음에 경영학과를 복수전공했어요. 주전공보다 복수전공인 경영학과 학점을 더 많을 정도로 열심히 경영학과 강의를 들었는데, 막상 취업을 준비하려고 보니 어떤 직무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아버지 일을 도와드리려고 코엑스 박람회에 갔는데, 해외 바이어들과 소통하는 해외영업사원들의 모습이 너무 멋진 거예요. 그때 무작정 무역업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휴학 중 취뽀한 륜현 님.
이유가 조금 유치하지만, 제가 해군을 나오기도 했고 배를 좋아해서 해운사에 취업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휴학하고 영어 공부도 하고, 무역 자격증도 따고... 심지어 인연도 없는 관세물류학과 교수님을 찾아가서 조언을 구하고 인턴 기회를 얻기도 했어요. 그런데 결국 해운사 취업은 잘 안 됐어요. 이후 방향을 조금 바꿔서 휴학 1년 만에 해외 영업 쪽으로 취업하게 됐죠.
지금 생각해보면 이렇게 급하게 취업에 매달릴 필요는 없었던 것 같은데, 그냥 빨리 멋진 사회인이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사실 전 20살 이후로 부모님의 금전적인 지원이 없었어요. 학자금 대출, 생활비 대출, 아르바이트로 생활했어서 금전적 자유에 대한 욕심이 컸어요.
인정욕구가 강해서 '퍼포먼스'를 내는 일에 많이 집중했어요.
그래픽 합류 직전까지 중견기업 영업팀에서 일했어요. 회사 생활에 만족했고요. 제가 인정욕구가 좀 커서 누가 안 시켰는데도 신규 거래소 따오려고 노력하고 그런 열정적인 사원이었어요.
그러다 4년 차 때 엄청 큰 성과를 냈어요. 25억 정도의 거래를 성사시켰는데, 저희 회사에선 차/부장 정도의 직급에서 나오는 규모였거든요. 그런데 큰 성과를 내고 나니까 오히려 일에 대한 열정이 많이 식더라고요. 이제 내가 이 회사에서 낼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완전 자만이었죠. 실제로 승진 기회도 있었는데, 당시 개인적인 퍼포먼스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어서 큰 미련 없이 퇴사했던 것 같아요. 마침 그래픽 대표님께 연락오기도 했고요. 돌이켜보면 그 회사에서 과장까지 했다면 팀원을 다루고 조직을 운영하는 업무를 경험해 봤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아요. 지금 제가 비슷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서 더 그렇더라고요.
막간 인터뷰 🎙
Q. 현재 그래픽에서 담당하신 경영지원 업무는 '개인 퍼포먼스'를 중시했던 영업 업무와 지향점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A. 지금 하는 일은 지원 업무로 인해 회사의 경영 전반이 잘 작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거예요. 초기 멤버로서, 제가 회사를 위해 이런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여기서도 개인 퍼포먼스가 분명히 있더라고요. 그래픽은 중견 기업이랑 다르게 아무 시스템이 없으니까 만들어갈 여지가 많았고, 하나씩 갖춰갈 때의 성취감이 있었어요.
결국 퍼포먼스에 대한 부분도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업무를 하고, 모르는 걸 공부해서 알게 되고, 알면 업무 범위가 넓어지고. 이것도 결국엔 퍼포먼스인 거죠.
그래픽에 합류한 이유는, 그냥 재밌을 것 같았어요.
제가 그래픽 스타팅 멤버로 합류한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한데, 조금 특이해요.
지금 그래픽 대표님은, 제가 대학교 때 아르바이트했던 수제버거집 사장님이셨어요. 제가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거의 10년 만에 연락하셨는데, 준비 중인 창업에 합류 제안을 해주시더라고요. 저한테 연락하신 이유를 여쭤본 적이 있는데, 아르바이트 당시 제가 늘 진솔한 태도였던 게 기억에 남으셨대요.
대표님과 미팅했던 당시 그래픽 건물이 만들어지고 있었는데, 우선 공사 중인 건물이 엄청 멋있더라고요. 또 대표님은 완전 만화광이세요. 미팅할 때 만화나 서비스 업계 관련해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대표님이 느끼시는 문제 상황들을 그래픽으로 같이 타파해 보자고 하시면서요. 만화 명대사처럼 '넓은 지구에 점 하나 찍어보자', '섹시한 거 한 번 해보자'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창업 제안을 받고 3주나 고민했어요. 뭘 그렇게 고민했는지 지금은 하나도 생각이 안 나는데요. (웃음) 결국 합류한 가장 큰 이유는 '재밌을 것 같아서'였어요. 전 그동안 B2B 업무만 했는데, 이번 기회에 B2C 업무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5년만 해보고 아니면 그만두자. 이렇게 결정했어요. 그때 전 만화에 관심이 딱히 없었고, 출판 관련 학과를 졸업했지만 전공과 무관한 업무를 하고 있었어요. 대표님께 제 상황을 솔직하게 말씀드렸는데, 영업하면서 숫자와 자료를 다룬 경험으로 경영지원 업무 전반을 담당하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합류를 결정한 이후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인수인계 등으로 퇴사까지 거의 3개월이 걸렸어요. 대표님은 그것도 전부 기다려주셨습니다.
합류를 결정한 이후에는 새로운 업무의 연속이었어요. 일단 대표님이 추천해 주신 만화책을 열심히 읽었어요. 좋은 작품을 알아야 소개할 수 있으니까요. 경영지원 업무는 아예 처음이라 노동법, 회계, 행정업무 등 쉬운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관련 강의나 책도 많이 찾아보고, Chat GPT의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등산이 취미인 륜현 님의 최애 만화 '신들의 봉우리'.
막간 인터뷰 🎙
Q. 본인을 공동 창업자가 아니라 스타팅 멤버로 표현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A. 사실 대표님은 공동 창업자라 해도 된다고 하셨는데, 전 좀 조심스럽더라고요. 제가 회사 자본에 투자한 것도 특별히 없고, 저희 대표님이 워낙 외부 활동을 안 하시는 분이라 사람들이 저를 대표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고 있어요.
그래픽 오픈을 준비하면서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그 과정에서 배운점도 많았고, 업무와 팀에 대한 저만의 기준이 생겼어요.
일단 조직문화를 만드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팀을 꾸리고, 팀을 키우면서 느낀 건 좋은 사람이 있어야 좋은 사람이 모인다는 거예요. 그래서 팀 내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구축하고, 우리의 규칙과 문화를 자주 이야기해요. 서로 의견을 존중하고, 피드백에 상처받지 말기. 조금 전 저희 팀원들은 모두 만화 덕후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본인의 취향이 확고한 사람들이 모여서 그런지 다들 자존감이 높고 각자의 가치관이 뚜렷해요. 그래서 오히려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어요. 본인의 취향을 사랑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가치관도 존중하는 거죠.
저희가 하는 일도 결국 콘텐츠와 닿아 있잖아요. 그런데 콘텐츠, 사람들의 생각은 너무 빠르게 변해요. 행동이 빠르지 않으면 기회를 놓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실행 가능한 액션은 일단 시작하고 다듬는 연습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팀의 집단지성이 더해지면 소비자들이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좋은 액션은 계속 다듬어지면서 결국 좋은 성과를 낼 거라고 믿어요.
존중하는 문화를 지향하는 그래픽 팀!
사람들이 사랑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지금 저희 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고객 경험이에요. 사람들이 그래픽에 올 때 놀이동산 오듯이 설레길 바라요. 그래서 고객을 만나는 부분을 세심하게 신경 썼어요.
우선 팀원부터 파트타이머까지 만화 덕후들만 채용했어요. 과거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타워 레코드'라는 곳은 음악 장르별로 그 장르에 미쳐있는 직원들이 있었대요. 직원에게 음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정말 진심으로 추천해 주시거든요. 관련된 지식도 엄청 깊고요. 전 일본에 있는 타워 레코드를 가봤는데, 너무 신났어요. 이렇게 그래픽도 만화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면 좋아서 미치게(?) 만들고 싶어요. 저희 팀원들도 언제나 좋은 만화를 추천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팀원들의 취향도 다양해서 다양한 만화를 구비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에요.
일본 시부야의 랜드마크가 된 타워 레코드. (출처)
대표님이 늘 우린 포시즌스 호텔만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씀하세요. 고객에게 친절과 감동을 드려서, 고객이 스스로 공유하고 싶은 경험으로 남자는 의미죠. 절판된 만화책이나 고가의 희귀 아트북을 자유롭게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그런 서비스의 일종이에요. 저희가 고객분들 대상으로 매월 설문조사를 진행하는데, 그래픽을 입소문으로 알게 됐다고 응답하신 분이 40%나 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대표님의 전략이 통한 셈이네요. 그리고 저희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고객도 친절해지는 것 같아요. 오프라인 매장임에도 소위 말하는 진상 손님이 거의 없거든요. 그렇게 만들어진 그래픽의 바이브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생각해 보니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더라고요.
지금까지를 돌이켜보면, 그래픽도 저도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2021년 11월에 그래픽을 가오픈했는데, 손님이 거의 없었어요.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도, 정작 둘러보니 고쳐야 할 점이 너무 많은 거예요. 가오픈 이후 3개월 동안 영업을 중단하고 공간을 재정비했어요. 책들 사이의 페어링과 디피 서사를 고려해서 책 배치를 바꾸고, 실제로 몇 시간씩 앉아 있어 보면서 의자를 편한 걸로 바꾸고, 입장료를 조정하고... 그래픽에 오시는 분들이 만화가 좋아서든 공간이 좋아서든 다시 방문하고 싶을지를 많이 고려했어요. 그리고 다음 해 3월에 정식으로 오픈했어요. 이렇게 한 번 시행착오를 겪으니까, 이번 위례점 오픈 준비할 땐 준비 시간이 훨씬 줄었어요. 저희끼리도 '이제 우리 만화책 디피는 도사가 다 됐다' 이런 얘기도 했어요.
그리고 그래픽이 정말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고 있다는 걸 최근에 느낀 게, 저희가 이태원점 입장료 인상 공지를 했을 때예요. 저희가 지점 규모나 수용 인원에 비해서 직원이 많은 편이에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부득이하게 입장료 인상을 결정하고 공지를 올렸는데,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이 다들 저희를 응원해 주시는 거예요. 사실 고객 입장에선 가격 인상이 좋은 소식일 수가 없는데, '그럴 만했지' 이런 분위기의 댓글들이라 너무 감사했고 감동 받았어요. 고객분들이 우리의 노력을 알아주시는 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래픽 이태원점 입장료 변동 안내 게시물과 이용자분들의 훈훈한 댓글. (출처: 그래픽 인스타그램)
개인적으로도 성장한 부분이 있어요. 그래픽 이전 직장에선 3년 반 동안 막내였어요. 그땐 시키는 일을 쳐내기도 바빴는데, 지금은 제가 방향을 정해야 하는 사람이 됐잖아요. 그래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왜'라는 질문을 스스로 많이 하게 됐어요. 업무의 목적을 생각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의 몰입도가 다르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매장 오픈 청소를 해야 한다고 말할 때도 그냥 오픈 업무 루틴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멀리서 찾아온 고객의 청결한 매장 이용 경험 제공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게 업무 진행에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서비스 시스템을 마련할 때도 이게 고객의 편의를 위한 건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게 되고요.
성장은 슬럼프 극복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저에게 성장은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누구나 한 번씩 느끼게 되는 무료함이나 매너리즘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오는 거라는 생각을 해요. 전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뭔가 새로운 걸 하려고 했고요.
성장이란 단어가 조금 거창하게 느껴지잖아요. 그래서 '성장해야지' 보단 '머무르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면 부담이 덜한 것 같아요.
막간 인터뷰 🎙
Q. 앞으로의 륜현 님, 앞으로의 그래픽은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요?
A. 사실 특별한 계획은 없어요. 그냥 선택을 잘하고 후회하지 말자는 생각입니다.
요즘 대표님과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게 산골짜기에 있는 독채 산장 숙소인데요. 진짜 캠퍼들은 사람 많은 캠핑장을 안 좋아해요. 오히려 혼자 있고 싶어 하거든요. 그런 니즈를 공략해 보는 거죠. 산장에 만화책 쭉 비치해 두고. 이런 아이디어만 이야기해 봤어요. 언젠가 시도해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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